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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모래 살포 모습 |
모래살포를 하고 있었나? 도로 바닥에 떨어진 모래는 그대로 바람에 날려버리며 야속하게도 도로 밖으로 사정없이 흩어진다.
정작 있어야 할 차도에는 단 한 줌의 모래도 남아 있지 않는다. 모래살포차량의 가속도가 일으키는 바람과 뒤따르는 차량에 흔적도 없이 …, 아니 흔적은 있다. 중앙선과 분리대 아래, 갓길에 부질없이…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다! 그간 소문으로만 듣던 "눈도 없는 도로에 결빙 방지용 모래를 살포한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다.
국도유지는 정말 국도 위에 유지인가보다! 돈 아까운 줄 모르는 걸 보면 말이다. 모래! 저것도 국민의 혈세가 아닌가? 국민의 혈세가 도로 위에 마구 뿌려지는 거다.
봉화의 지인이 청와대의 초청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온 지난달 30일 이른 오전 지인 일행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광경을 목격하고 보니, 아직도 머릿속에는 도무지 정리되지 않는 상념들로만 가득하다. 이날은 밤새 눈이 오는 둥 마는 둥 바람에 날리기만 했기 때문이다.
왜! 그랬을까? 밤새 눈도 쌓이지 않은 도로 위를 저렇게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모래를 뿌리고 다닌 걸까? 이날 본 차량은 강한 바람이 부는 도로 위에 그저 모래를 쏟아놓아 도로 밖으로 날리게 하는 것에 불과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오전 7시 30분경 이때는 이미 날이 밝은 상황이다. 간밤에 무던히도 대문을 두드리며 잠을 설치게 했던 매서운 겨울바람이, 회색 하늘의 잿빛 구름을 남쪽으로, 남쪽으로 세차게 몰고 있었다.
밤새 힘든 야간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나? 기실 기자는 꼬박 밤을 새워 무척 피곤했다. 차량의 히터가 따듯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차량 온도계가 외부 온도를 영하 6도로 표시했다.
여명에 곧게 뻗은 도로 위를 운전하는 기분도 그런대로 묘미가 있다. 이때까지도 평정심은 잃지 않았다. 그런데…, 1차선을 달리는 차량을 도무지 추월할 수가 없다. 모래살포차량에 다가서자 순간 제법 큰소리로 마구 타닥거리며 차량에 부딪히는 작은 돌들의 따가운 공격과 모래와 염화칼슘이 뒤섞인 용액이 포말처럼 후드와 앞유리에 순식간에 희뿌옇게 달라붙어 얼어버리며 와이퍼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건가? 짧지 않은 운전경력인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속도계가 70km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고 보니 택시 한 대가 뒤를 따르며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 이 영업용차량은 진입로가 있는 2차선 도로부분에서 진입로를 갓길 삼아 잽싸게 추월해 갔다. 노련해 보인다.
이렇게 모래를 살포한 구역은 실재 눈이 왔을 때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눈이 쌓여도 제설작업에 무심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아뿔싸! 이때,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앞유리 윗부분에 2cm 정도의 크랙이 보인다. 속상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연말인 터라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바빠 죽겠는데 …, 결국 일거리 하나가 늘어난 셈이다. 이런 사실을 직업상 국도유지에 알려 개선토록하거나, 기사화해 보도하거나…
"토끼는 쫓지 마라!" 본지 피 회장의 말이 생각났다. 모래살포차량은 그냥 놔두고 허둥지둥 볼일을 마치고 한 시간 후 다시 현장에 가보니 중앙선에 조금 남아 있던 모래조차 아예 갓길로 사라지고 없다.
오후에 국도유지 관계자에게 전화를 하고 퇴근시간 전에 방문을 했다. 관계자들이 이래저래 변명과 답변을 늘어놓는다. "모래는 눈 위와 결빙지역에 살포하는 것으로 도로 위에 결빙이 있었을 것"이란다.
개뿔! 반대편 차선에는 차들이 무서운 굉음을 내며 달리고 있었다. 도로 위에 결빙이 있었다면 다시 모래살포를 해야 했다. 보기에는 적재함에 남아 있는 모래가 떨어질 때까지 쏟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당시 현장 상황은 모래살포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참을 실랑이하고서야 "당시 현장의 작업차량은 겨울철 제설작업 등으로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고자 입찰을 통해 지입 한 민간차량으로, 현장 요원에게 모래살포요령교육을 제대로 해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라며 "노련한 직원들은 험로에 배치되고 신규 요원들에게 미쳐 신경을 쓰지 못해 발생한 일인 것 같다."라고 밝히고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아연 질색한 건 이날 만난 영주국도유지 관계자들이 살포용 모랫값을 모른단다. 영주시에서 그냥 무상으로 공급해 준다고…. 그래서 절대 아까운 것 모르고 사용하는 건가? 나중에야 안일이지만 모래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함께 살포하는 염화칼슘도 비용이 적잖이 많이 들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피해를 본 차량 유리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그 시간에 현장에서 작업을 한 차량의 운전자가 보상할 것이라고 …. 그 말이 맞는 말인가? 따지자면 강모래를 그냥 사용하며 제대로 채 쳐서 제공하지 않은 국도유지가 원래 수익자이고 원인 제공자인데 말이다. 만만한 게 홍어… 다.
유리는 그냥 버텨 보려다, 계속해서 실금이 진행돼, 7일 오후 지입 업체 대표를 통해 교체 받았다. 차 유리 교체 업소 사장 왈, 눈이 오고 나면 일거리가 부쩍 늘어난단다. 같은 이유에서라고 한다. 어떻게 보상받았느냐고 신기한 듯 묻는다. 개운치가 않다.
아~! 국도유지! 맨땅에 혈세 뿌려 바쁜 여러 사람에게 일거리 만들지 마라! 겨우내 고생고생하고도 이런 일 한번으로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이것에도 순환경제논리의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말이다.
결빙방지용 모래는 반드시 눈 위와 결빙지역에만 살포해라! 그래야, 눈과 얼음에 섞여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맨바닥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효과 없다! 모래살포차량이 과속을 해도 소용이 없다! 이게 다… 같이 잘살아 보자는 이야기다!!
아직도 꽃피는 봄이 오려면 몇 번 눈이 더 와야 할 것이다. 국도유지는 진정 모래 한 톨이라도 아껴 국민에게 봉사하는 심정으로 국가 경제발전의 바탕인 대동맥 국도의 원활한 혈류유지에 성실히 최선을 다해 임하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사진>

2009-01-08 10:20:16 /
김용호 기자(yaho@ugn.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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