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에서 추진 중인 안동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 미술관 명칭을 두고 안동미술협회 및 예술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안동시립 하종현 미술관' 건립 부지. 안동시는 현재 자연색문화체험관(사진 속 건물) 등을 철거하고 시립미술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안동 미술인들은 시립미술관 건립을 오래도록 염원해 왔으며, 이에 안동시는 안동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안동시립미술관의 명칭이 안동시립 '하종현 미술관'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동시와 하종현 작가는 2014년 10월 30일 '안동시립 하종현미술관 건립 협약서'를 체결하고, 하 작가의 작품 3백여 점을 기증받아 미술관에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안동시와 작가가 맺은 협약서에 따르면 시립미술관의 이름을 '하종현 미술관'으로 붙이도록 되어 있다.

안동시는 국내 화단의 명망 높은 특정 작가의 그림을 기증받게 되면, 미술관 건립에 필요한 작품 수집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동시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서 관광 수입 등 경제적 이익이 창출되며, 나아가서 안동의 미술 문화 풍토를 한층 쇄신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안동의 미술인들은 안동시립미술관의 이름은 안동시의 자존과 정체성을 살려서 지어야 한다. 하종현이라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는다고 해서 시립미술관에 그의 이름을 붙여줄 수는 없다. 하종현이라는 인물은 안동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안동시민들도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더욱이 안동의 미술 발전에 기여한 바도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미술관에 작가 개인의 이름을 붙이면 결국 공립미술관이 아닌 개인미술관으로 기능하게 된다. 생존해 있는 특정 작가의 욕망을 위해 개인미술관을 짓기 위해 시·도와 국가의 100억 원 예산을 눈먼 돈처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안동시의 주장대로라면 가령 미국의 유망 작가를 불러와서 서울에 그의 미술관을 지으면 대한민국의 품격이 높아지고 서울의 미술인들이 행복해질까? 누가 바랐는가? 요청도 하지 않은 일을 왜 추진하는가? 누구의 동의를 구했는가? 시민과 미술인의 자발적 선택이 있었는가? 되묻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종현 미술관' 건립 계획은 계속 추진되고 있고, 결국 시의회가 예산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다고 반발했다.

또한, 이들은 시청 관계자는 작가의 삶과 예술이 안동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덮어두고, 기증 작가의 수준을 말하고 작품의 수와 거래 가격을 셈한다. 개인 이름을 딴 미술관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수집하여 타당성의 빌미로 삼는다. 작품의 성격이나 제작법을 놓고 안동의 문화 정서와 관련짓는 사이비 논리를 곁들인다. 예를 들면, 작품의 색조가 하회마을 토담의 빛깔과 닮았다는 따위의 논리적 조작을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안동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안동미술협회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안동의 미술인들을 얼마나 얕잡아보기에 '지방화 시대'를 거스르고 예술가를 모독하는 발상이 나올 수 있느냐?"며 "중앙의 문화 권력을 불러오면 저절로 지역의 문화 역량이 높아지는가? 지역 문화의 자생성과 정체성을 내버려두고 왜 '문화 예속'의 굴레를 스스로 덮어쓰려 하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업무 과정을 떳떳이 밝히고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아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담당 부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용역회사를 시키지 말고, 시청 주관으로 참다운 '설명과 토론의 장'을 마련해 시민과 시장이 직접 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바람직한 안동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안동미술협회 대책위원회의 안동시립'하종현 미술관'명칭 반대 이유

1. 미술관의 이름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안동시립미술관의 이름은 안동시의 자존과 정체성을 살려서 지어야 한다. 하종현이라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기증받는다고 해서 시립미술관에 그의 이름을 붙여줄 수는 없다. 이것은 저급한 상거래 행위로서,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처하는 안동시가 자청해서 시민의 영혼을 파는 일이 된다.

그는 안동시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더욱이 안동의 미술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다. 작품을 내놓고 미술관의 이름을 달라는 것은 개인적 권위와 욕망을 앞세워 마치 점령군처럼 안동 미술계에 군림하려는 거동이다. 어찌 안동의 미술인들이 이러한 모욕을 견딜 수 있겠는가?

2. 시민의 세금으로 개인미술관을 지어서야 되겠는가?

개인미술관을 짓기 위해 시?도와 국가의 100억 원 예산을 눈먼 돈처럼 함부로 쓸 수 없다. 그것도 생존해 있는 특정 작가의 욕망을 위해서 말이다. 미술관에 작가 개인의 이름을 붙이면 결국 공립미술관이 아닌 개인미술관으로 기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운영 및 보존에 따른 비용이 시민의 세금으로 계속해서 들어간다.

개인미술관은 개인의 돈으로 짓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자신의 연고지로 돌아가서 얻어 써야 하지 않겠는가? 나라의 돈을 쓰려면 작가 사후 민주 시민과 미술사학자의 평가를 겸허히 기다려야만 한다. 영혼이 썩지 않고서야 어찌 남을 속이고 스스로를 높여서 나라의 돈을 탐할 수 있단 말인가? 염치를 모르는 작가의 그림이라면 결국 코를 막고 감상하게 될 것이다.

3. 미술관은 단순한 그림 창고가 아니다.

미술관은 작품 수집 및 보존, 연구와 교육, 전시와 기획, 감상과 휴식, 창작 지원, 정보 교류 등 시민 문화의 여러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기능한다.

안동시가 체결한 업무 협약대로 특정 작가 단독의 그림을 300 점 이상 수용하고 나면 나머지 공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다른 기능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전시 작품의 다양성이란 아예 꿈꿀 수가 없다. 수장 작품의 획일적인 성격 때문에 관광 자원의 유입은커녕 안동의 어린 꿈나무와 일반 시민들조차 발길을 돌릴 것이다.

4. 벤치마킹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

안동시는 작가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의 사례를 찾아서 핑계를 대려 한다. 양주시립 '장욱진 미술관', 부산광역시립 '이우환 공간', 대전광역시립 '이응로 미술관' 따위가 그것이다. 그러나 어찌 이처럼 무모한 착각 내지는 억지 주장을 펼 수 있는가? 아니면 이토록 시민을 얕잡아보고 속일 수 있다는 말인가?

이우환 공간은 최근에 생긴 미술관으로 대규모 시설을 갖춘 '부산시립미술관'의 부속 별관이고, 이응로 미술관은 작가 사후 11년 만에서야 서울 평창동에 세워졌다가 2005년에 폐관되고, 2007년에 다시 그의 출생지에 가까우면서 동백림사건 때문에 수감생활을 하였던 대전광역시 소재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건립되었다. 장욱진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활동 황금시기인 1963년에서 1974년까지 소위 덕소시대 11 년간을 이곳 화실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했던 인연으로 타계 후 24년 만에 세워졌다. 이것이 양주시와 장욱진의 관계다.

이렇듯 광역시의 경우는 시립미술관을 먼저 짓고 그 다음 여력을 보아서 개인미술관을 짓는다. 양주시처럼 미술관을 여럿 세울 수 없는 작은 도시에서는 작가의 삶과 해당 도시와의 예술적 관련성에 주안점을 둔다. 안동시는 기증 작품이 몇 점이라는 식의 눈곱만한 이익에서 눈을 돌려 큰 뜻에서 ‘시립미술관’을 짓는 데 힘쓸 일이다.

5. 안동의 미술인은 유서 깊은 전통과 자존감 높은 예술혼으로 산다.

안동의 미술 문화는 자존감 높은 독자성과 다양성, 그리고 개방성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이름이 높고 그 생애가 훌륭했던 제1세대 작고 작가들의 작품이 아직 미술관에 수장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회화뿐만 아니라 서예, 조각, 공예, 염직 등 미술 분야 전반에 걸쳐서 유망한 미술인들이 매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라, 안동의 미술인들은 늘 조용하다! 곧 작품으로 말하지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때 묻지 않은 예술혼이 별처럼 살아있다. 무엇보다 숱한 젊은 미술인들이 자신의 삶을 아끼고 안동의 공동체 문화를 가슴에 품고 일깨우며 욕심도 없이, 배고프게 살고 있다.

그런데도 때 아닌 외부 문화 권력에 노출되어 있다. 저항한다. 그러나 권력 앞에 묵묵히, 무저항으로 저항한다. 특정 생존 작가의 거짓 위세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굴하지 않는다. 차마 다음 세대 안동의 미술인들에게 부끄러움을 남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15-07-06 14:33:06 / 피현진 기자(mycart@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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