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이 있는 곳으로 퇴계 이황(李滉) 선생과 회헌 안향(安珦) 선생의 유교적 가르침과 선비의 기품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주시는 선비의 곧은 절개와 청렴이 정신적 지주인 유교 정신을 근간으로 '선비의 고장'을 표방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그동안 '선비의 고장'임을 내세울 수 있는 학술적 근거가 부족했으나, 소수박물관에서 개최하는 특별기획전 '과거(科擧), 몸을 일으켜 이름을 떨치다.'를 통해 구체적인 학술적 근거가 밝혀졌다.

특별기획전의 이해를 돕고자 발간된 '도록(圖錄)'에 실린 서성훈 학예연구사의 논고 '조선시대 과거급제자 분석을 통해 본 영주'에는, '조선시대의 선비란 기본적으로 학문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학문의 목적은 수신(修身)과 아울러 나라의 일을 맡아 임금을 보필해 천하를 평안케 하는 것이다. 이를 이루려면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가는 것이 최선이며, 얼마나 많은 지역의 인재들이 과거에 급제하였는지가 선비의 고장임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국조방목(國朝榜目 -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를 연대순·시험종별·성적순으로 수록)에 기재된 문과(文科) 급제자의 거주지를 살펴보면, 서울을 포함한 경상도, 평안도 등 전국 9개 도(道)에 걸쳐 9,030명이 확인됐다.

이 중에서 서울(京)이 가장 많은 급제자를 배출했으며, 영주(榮州) 옛 지명인 영천(榮川)은 전국에 7번째로 많은 110명의 급제자를 배출했다.

하지만, 영천(榮川)은 현재 영주시의 동(洞)에 해당하며, 현재의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풍기와 순흥을 합친 영주의 문과 급제자 수는 모두 153명에 달하며, 이는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숫자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당시의 지방조직이다. 조선시대 군현(郡縣)의 격(格)에 의하면, 영천(榮川)은 종4품이 다스리는 지방조직으로, 정3품이 수령으로 있는 대도호부(大都護府) 평양, 안동이나 목(牧)이 설치되어 있던 충주, 원주 등과는 인구, 경제, 교통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단순한 산술적 수치가 아닌, 군현의 격과 인구, 지리적 여건 등을 감안해서 문과급제자 수를 비교해 보면 놀라울 만큼 높은 비율의 급제자를 배출했고, 전국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학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많은 명유선현(名儒先賢)을 배출한 영주가 진정한 ‘선비의 고장’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으며,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한편, 올해로써 6번째를 맞이하는 소수박물관 특별기획전은 '과거(科擧)'를 주제로 11월 1일부터 내년 8. 31일까지 개최된다.

소수박물관 소장 유물 중에서 과거 관련 유물들과 인동장씨 연복군종가 소장 '선세홍백패(보물 501호)'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한 '현규(玄?)의 역과(譯科) 1등 잡과백패(雜科白牌)' 등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물 43건 169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과거(科擧)의 역사 및 관련자료, 영주의 과거급제 인물 및 유물 등을 통해 과거제도의 역사와 의의를 되새겨 보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11-01 22:54:11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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