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새벽, 누군가에 의해 절단된 채 발견됐던 경북 안동시 법흥동 보물 제182호 임청각 앞 수령 300년가량의 회화나무에 대한 시민과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겁다. 

최근 안동시청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등에서는 절단된 회화나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복원을 건의하는 내용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일제강점기 철로 부설 때와 6.25전란 때, 안동댐 준공 때에도 꿋꿋하게 버텨온 회화나무를 어떤 넋 빠진 이의 소행으로 처참하게 훼손됐다"며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일부 시민은 "수백 년 동안 꿋꿋하게 버텨 온 나무가 하루밤새 너무 어이없이 잘려나간 것은 관계당국의 관리가 너무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본래 이 나무는 임청각 99칸짜리 집 대문밖에 있었던 나무로 일제가 임청각의 아래채를 헐어 중앙선 철도를 개설하면서 지금의 형태를 유지해 왔다. 1970년대 안동댐 건설 당시 수많은 대형차량이 댐 진입로에 있던 나무의 옆을 통과하면서 통행에 불편을 느끼자 인부를 시켜 나무를 베어내려다 인부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다시 중장비를 이용해 나무를 제거하려다 굴삭기 앞날이 부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회화나무는 도로 중앙에 고립된 채 안동의 신목(神木)으로 전해졌다.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용계은행나무가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돼 후손에게 전해지고 있다.

임하댐 건설 당시 수장 위기에 처했던 용계은행나무의 경우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안동에서 배출된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선생의 고택, 임청각에서 정신적인 큰 지주 역할을 했던 회화나무는 참담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 나무 역시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높이 15m, 지름 70cm의 크기로 자라는 동안 안동의 얼을 상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안동에는 임청각 회화나무와 용계은행나무 등 신목으로 알려진 수령 수백 년의 나무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중에서도 도산면 온혜리에 있는 느티나무의 경우 임청각 회화나무와 같이 도로 중앙에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며 오랜 세월 동안 마을 신목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원 윤모씨(38)는 "관계당국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온혜의 느티나무나 마을에서 신목으로 전해오는 나무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