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남일은 전남 함평군 출신으로 러일전쟁 후 일제의 침략이 노골화되고, 1905년 11월 을사조약이 늑결되자 통분을 참지 못하고 거의할 것을 결심해 의병장 김준(金準·金泰元)의 아우 율(聿)의 부장이 되어 장성(長城)·영광(靈光)·함평(咸平)·남원(南原)·보성(寶城)·장흥(長興) 등지에서 일군(日軍)과 항전해 많은 전과를 거뒀다.

김율이 전사하자 스스로 대장이 되어 군율을 엄격히 하고 진용을 재정비했다. 또 향리에서 도학으로 명성을 떨쳤기에 규율을 엄히 하고 민폐를 적게 하기 위해 민가의 재물을 약탈하거나, 무단 내정돌입과 부녀자 겁간, 가축을 희생시키는 일 등에 대해 엄히 처단할 것을 공포했다.

1907년 11월 1일 함평군 신광면(新光面)에서 기치를 올려 의병을 모집·훈련하기 시작해 1908년 2월 13일 남평(南平)으로 행군하면서 적과의 접전을 감행했다.

그의 첫 접전은 3월 7일 강진면 오치동(吾治洞)에서의 전투다. 적병 수백 명을 맞아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의 교전 끝에 수십 명을 살상하고 무기를 다수 노획했다.

이어 4월 15일 장흥(長興)·곽암(藿岩)에서 적 3명을 사살하고, 6월 19일 남평 장담원(長淡院) 전투에서 적 5명을 베고, 6월 25일 능주 노구두(綾州 老狗頭)에서 적 5명을 사살한 후 말 2필과 무기를 노획했다.

7월 30일 영암 사촌(靈岩 沙村) 전투에서 적 10여 명을 죽이고, 8월 1일 나주 반치(羅州 盤峙)에서, 9월 20일 장흥 신풍(長興 新豊)에서, 10월 9일 해남 성내(海南 城內)에서, 10월 27일 능주 돌정(石亭) 등지에서 모두 백여 급을 살상했다.

이 같은 전투 등에서 큰 성과를 올렸으나 불행하게도 심남일과 선봉장 강무경이 병석에 눕게 됐다. 그리고 다음해 봄까지 접전일기에 기록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보아 이 기간 동안 추위와 병고로 인해 은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인 1909년 3월 다시 격렬한 교전을 재개해 3월 8일 대장 서리 강현수(姜鉉秀)·박봉주(朴奉柱)·박채홍(朴彩洪)이 나주 월교리(月橋里)에 유진했다가 야간을 틈타 남평 운삼동(雲三洞)에 집합, 선동(船洞)으로 이동 중에 탐마대(探馬隊)로부터 적이 내습한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심남일은 미리 의병을 요소요소에 매복시켰다가 적 5명을 사살하자 적은 영산포(榮山浦)로 달아났다. 이에 보다 적극적인 전투를 전개해야 할 것을 계획하고 한편으로는 영산포의 적을 격동시키면서 인근의 의병 부대에 통기해 연합 작전을 꾀했다.

이 때 수북(水北)의 전수용(全垂鏞)·이대국(李大局)·오인수(吳仁洙), 산동(山東)의 안규홍(安圭洪)·김여회(金如會)·유춘신(柳春信) 등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중 특히 안규홍과는 끝까지 유기적 관계를 맺게 됐다.

심남일은 전군을 5부대로 나누어서 동쪽 대치(大峙), 대항봉(大巷峯), 월임치(月任峙), 덕룡산(德龍山) 꼭대기, 병암치(屛岩峙)에 각기 매복시켜서 적의 내습에 대비했다.

다음날 새벽부터 능주·광주·나주·남평·영암으로부터 내습해 온 적병과 접전해 적 70여 명을 사로잡고 수십 명을 사살했다.

아군의 희생도 적지 않았으며, 본진의 총독 박기춘(朴基春)·좌익장 박여홍(朴汝洪)·우익장 박태환(朴泰煥)이 전사했다.

11일, 계속해서 적의 내침이 있을 것으로 예상, 능주 풍치(風峙)의 좌우에서 잠복 대기 중에 이웃 12고을의 적병 4백여 명의 포위 공격을 받아 백여 명을 죽였는데도 적병은 물러가지 않았다.

세부득이하여 징을 쳐서 전병을 불러들여 두문(杜門) 북쪽으로 후퇴했다. 이 전투에서 그의 신출귀몰한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은 동요가 생겨났다고 한다.

"남일이 용마를 타고 산밖으로 솟아오르면 현수는 풍운을 조화하여 공중으로 날아오른다."(南一乘龍馬 而聳出於山外 鉉秀風雲造化 飛上空中)

4월 2일에는 장흥 우산(牛山)에 주둔하고 있었다. 그곳은 능주 헌병이 매달 5차례씩 20여 명이 장흥을 통과하는 곳이었다.

이날 강현수가 의병 20명을 거느리고 매복하다 포를 터트려 적 8명을 사살하자 나머지는 모두 도망해 달아났다. 대포 2개와 다수의 무기를 포획할 수 있었다.

5월 12일 보성 천동(泉洞)에 주둔하고 보성이 창의장 안규홍과 석호산(石虎山)에서 만나 연합 작전을 계획했다. 작전수행을 휘해 중군장 안찬재(安贊在)와 통장 김도숙에게 군량을 백 리 밖에서 운반해 오도록 하고, 후군장 김성재(金聖載)와 호군장 강달주(姜達周)에게 군사들을 잘 먹이게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했다. 보성의 왜장이 산상에 올린 의병의 깃발을 보고 50명 군사를 거느리고 내침해 오자 이들과 격전하여 적 5명을 사살했다.

그 후 안규홍과 장래의 전략을 기획할 때 이세창(李世昌)이 적은 군사로 많은 적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정한 이치이니 남·북도의 의병이 합세하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모두 그 말을 옳게 여겨 각지의 의병 부대와 연락해 연합 전선을 구축해 가던 중 의병을 해산하라는 황제의 조칙이 내려지게 됐다.

협박에 못 이겨 내려진 조칙인 줄 뻔히 알면서도 1909년 7월 21일 영암군 금마면 고인동(金磨面 古引洞)에서 자진 해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 그는 다음과 같은 감회를 표한 바 있다. "쓸쓸히 장수랑 군사들은 눈물로 이별 짓고 고인산을 떠남에 말조차 더디구나. 왜적을 없앨 날이 언젠가 있으리니 지난 3년 맹서한 일 부디 잊지 마세." (秋風將卒泣相離 古引山前馬去遲 一掃腥塵終有一 草違三載死生期)

의병을 해산한 후 심남일은 강무경과 함께 능주로 잠행해 이전 전투지였던 풍치의 바위굴 안에서 신병을 치료하던 중 10월 9일(음 8월 26일) 이를 탐지한 일군에게 체포됐다.

9월 2일 광주로 이송되었다가 12월 15일에 대구 감옥으로 이감됐다. 두 곳의 감옥에서 '10월 20일 광주 담판'과 '12월 15일 담판', 그리고 '대구 담판' 등의 글을 남겨 놓고 있다.

이 때 심남일은 "제 나라를 위한 것도 죄가 될진대 남의 나라를 빼앗는 것은 무슨 죄에 해당하느냐. 대장부가 비록 너희에게 사로잡혔지만 쥐 같은 네놈들과는 옳다 그르다 따지고 싶지 않다."고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끝까지 일제에 굴하지 않고 그들의 불의를 질책한 후 마지막으로 고국 산천에 그의 단심(丹心)을 터트리는 다음과 같은 시를 읊고, 1910년 7월 23일 대구 감옥에서 교수형을 받고 39세를 일기로 순국했다.

"해같이 밝고 달같이 밝던 이 강산, 홀연히 성진에 덮여 앞길 캄캄한데 미처 맑은 날 맞이 못한 채 지하로 돌아가니 멍든 피 푸르러 천년은 가리."

그의 부하 권영회(權寧會)는 1909년 7월 교수형을 언도받았으며, 김치홍(金致洪)은 그해 10월에, 이세창은 9월에 교수형을 언도받고 모두 순국했다.

정부는 그의 공을 기려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