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국치일(國恥日)을 맞고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1910년 총리대신 이완용과 통감부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 사이에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하였고, 이레 뒤 8월 29일에 순종황제가 합병조약문을 공포함으로써 국권을 잃었던 치욕스러운 날이다.  당시 일제에 굴복하여 살아가는 치욕을 거부한 많은 이들이 자결 순국하였는데, 경북북부지역에서도 이만도, 이중언, 유도발, 권용하, 이면주 선생이 자결 순국하였다.  그 중 향산 이만도 선생은 관직을 사직하고 낙향하여 지내다 1895년 을미사변때는 의병을 모아 항일운동을 전개하였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늑결되자 을사5적을 처형하라는 상소문을 올렸으며, 1910년 국권을 강탈당하자 24일간 단식을 하다가 순절하였다.

  나라가 다시는 국권을 잃는 치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국력을 길러야 한다. 오늘날 무섭게 일어서고 있는 중국이나  극우로 회귀하는 듯한 일본, 그리고 무한경쟁의 국제관계를 보노라면 조바심이 일고 우리의 모습이 왜소해 보인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어쩌면 국권을 모두 빼앗기는 일이 없더라도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인 예속 관계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절박한 때 사리사욕을 좇아 부끄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풍토는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하겠다. 역사와 국민 앞에 또는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겠다.  문득 윤동주 시인의 서시 한 구절이 떠올려 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런 마음으로 살순 없을까?

투고자 : 안동보훈지청 보훈실장   지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