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훈과장   윤 경훈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98주년이 되는 날이다.

침탈당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생명을 바친 수많은 선열들이 있지만 특히 기개가  뛰어난 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안중근 의사를 지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재정대신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각국의 사절단을 맞아 인사를 나누는 상황이라 어느 때 보다 삼엄한 경비망 속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수행원 일행을 차례로 거꾸러 뜨리는 침착성과 민첩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거사 후 본능적으로 피신을 생각하는 등 구차한 생각은 커녕 침략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는 하늘을 향하여 ‘대한독립만세’를 크게 세 번 외치고 현장에서 태연하게 체포되는 의연함을 보였던 것이다.

  이후 일본 법정에서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하여 적의 괴수 이등박문을 응징하였다고 당당하게 외치며 이토의 죄상을 낱낱이 들어 단죄하는 한편, 침울한 감방에서 자서전을 기술하면서 자신의 떳떳한 행적과 총살의거의 정당함을 밝혔다.

  6회에 걸쳐 진행된 5회 공판의 최후 진술에서 선생은 일제의 침략적 간계를 규탄하면서 한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이등박문을 제거했으니 자신을 단순한 자객으로 취급하지 말고 전쟁 중에 잡힌 포로로 대접하여 마땅히 만국공법에 의하여 처리하라고 주장하는 등 그 기개는 굽힐 줄을 몰랐다.

  의거 후 5개월에 걸쳐 여순감방에서 온갖 고초를 격으면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늠름하기만 하던 선생은 순국 직전 ‘죽은 후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국권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며,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라는 요지의 유언을 남기고 새 한복으로 갈아입고 여순형장에서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32세에 순국하였다.  참으로 짧은 생을 살았지만 조국을 사랑하는 선생의 행적은 너무나 크고 길며 숭고한 정신과 기개는 천추에 길이 빛날 것이다.

  의사께서는 의거에 앞서 27세 되던 1905년 을사늑약의 소식을 듣고는 중국 상해로 건너가 국권회복에 전념하고 다시 국내에 들어와 재산을 털어 인재교육에 힘쓰기도 하였으나 고종황제의 폐위, 군대 해산 등 국권이 기울어지는 모습에 의병을 일으켜 대일항전을 전개하기도 하였으며, 1909년 봄에는 연해주에서 12명의 결사동지들과 손가락을 잘라 ‘대한독립’ 이라 혈서를 쓰고 조국의 독립과 동양평화 유지를 위해 헌신하기로 혈맹하는 단지동맹(斷指同盟)을 통한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조직하는 등 의사의 일생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애국 그 자체였다.

  하얼빈 의거 98주년을 계기로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과 굽힐 줄 모르는 용기를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본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다시 한번 너무나 짧은 생을 마감한 선생을 추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