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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국학원장> |
그에 비하면 지금 우리가 막 치러 낸 18대 대선은 여하튼 위로의 전언과 선선한 승복이 있다. 박근혜 당선자가 탕평(蕩平)으로 반대진영을 끌어안겠다고 하고, 치열하게 경쟁하였던 문재인 후보는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서 국정에 협조하겠다고 하였다. 전문가들의 칼끝처럼 예리한 분석이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었다-고 하더라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역대 선거 직후의 가장 훈훈한 모습이다. 이것은 국민의 의식수준이 확실하게 높아진 결과이다.
비록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은 강물처럼 흘러 갈 터, 생각 나름이다.
다만 SNS 상의 확인되지 않은 마타도어(Matador)나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은 그것에 능한 세대들의 개인과 집단의 심성을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되었다. 음해의 화살을 우리 선조들은 숨어서 쏘는 '검은 화살', 곧 흑전(黑箭)이라고 하여 생명을 해치는 가장 저급한 행위로 보았다. 그 화살은 반드시 되돌아와 쏜 자의 생명에 정확하게 꽂히게 되어 소위 '멘붕' 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것은 사이코 패치를 양산하는 사회의 문제로 대두 될 것이다. 진영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대책을 세워 법으로 공정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앞으로는 '흑전'을 날리지 못할 것이다.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이란 말처럼 '탕평'이란 싸움, 시비, 논쟁 등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왕도의 걸음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의 탕평책은 새로운 정치형태와 이념의 강화를 모색하던 영조에 의하여 1724년 즉위한 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탕평책을 실천하기 위해 영조는 '원만해 편벽되지 않음은 곧 군자의 공정한 마음이고, 편벽해 원만하지 않음은 바로 소인의 사사로운 마음이다(周而不比, 乃君子之公心, 比而不周, 寔小人之私意)'라는 문구를 친히 지어 탕평비를 세운다.
그러한 탕평책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당파 대립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탕평책으로 다시 조정에 들어온 남인과 소론 등은 장헌세자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고자 했다. 이를 간파한 노론이 영조에게 모략을 고했고, 뒤주 속에 세자를 가둬 죽이는 이른바 조선 최고의 비극 '사도세자 사건'이 벌어진다. '사도세자 사건'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쥔 노론은 시파와 벽파로 나뉘면서 또 다시 분열된다. 영조 사후, 정조는 선왕의 탕평책을 계승해 당파 간 갈등을 해소시키려 노력을 한다. 허지만 구 정치세력이 새로운 정쟁을 낳는 등 당파 간 대립을 근본적으로 근절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넘지 못한다.
문제는 그럴듯한 말과 이론이 아니라, 끝까지 실천하려는 지도층과, 항상 공정하게 심판하는 국민전체의 투명한 0점 회복의 불편부당한 저울의식이다.
항상 다시 되 살아오는 0점의 기준은 '나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이 뜻을 이룬다면 무엇이 되어도 좋다'는 투철한 신념이다. 12월19일은 우리가 제 18대 대선을 치른 날이자 80년 전, 윤봉길 의사가 일본 땅에서 순국하신 거룩한 날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귀한 생명으로 이루어진 역사, 문화와 철학을 충분하게 구비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어느 쪽의 편을 들었던 간에 저울처럼 '다시 0점을 회복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젠 희망으로 가슴 뛰는 새해를 맞이해야 할 자격이 있다.
사)국학원 원장(대), 전국민족단체 협의회 상임회장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