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국학칼럼] 8·15 광복절, 안동을 환하게 비추이는 천부경비

<장영주 국학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마구잡이 언행의 일본 정치인들을 향하여 충고를 하였다.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영혼에 상처를 주고 신체의 일부를 떼어가려고 한다면, 어떤 나라, 어떤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애 둘러 마음을 밝힌 것은 상대가 비록 철이 없더라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어른스러운 마음이다. 그러나 영토 문제에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더욱 단단하게 천명한 것이다. 이 깊고 단단한 이웃의 마음을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은 보란 듯이 배반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15 전몰자 추도식'에서 1993년 이후 역대 총리들이 표명해온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과 부전(不戰) 결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의 언론과 야당조차도 강력히 비판했지만 속 좁은 그들에게는 마이동풍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용한 이암 선생의 고성 이 씨(固城李氏) 가문은 오랫동안 한민족의 정체성을 보전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위대한 역할을 하였다. 유·불·선에 능통했던 고려 말의 대학자 행촌 이암(杏村李암 본관 固城, 1297∼1364)은 묵죽에 뛰어났고, 예·초서를 잘 써, 조맹부와 쌍벽을 이루었다고 한다. 찬성사, 좌정승을 거쳐 공민왕 즉위 후 철원군(鐵原君)에 봉해졌고 지금의 국무총리격인 문하시중(門下侍中)에 제수되었다.

이암의 현손(玄孫)으로 조선 연산군과 중종 때의 학자인 이맥(李陌, 1455~1528)역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이루는 중요한 책인 '태백일사(太白逸史)'의 저자이다. 태백일사 중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는 우리 민족 중심의 천지창조를, 환국본기(桓國本紀)는 7대에 걸친 환인의 환국 이야기를, 신시본기(神市本紀)는 환웅이 세운 신시 배달국의 역사를,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는 단군조선과 함께 3조선을 이룬 막조선과 번조선 역사를 소상하게 기술하고 있다.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은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담고 있고, '고구려국본기' '대진국본기'는 각각 고구려, 발해 역사를 담고 있다. 태백일사는 '환단고기'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환단고기' 역시 고성 이씨인 이기의 감수와 계연수의 편저, 이유립의 출간으로 세상에 출현 하였다. 행촌 이암 선생을 비롯한 고성 이 씨 집안은 우리 고유의 선도(仙道) 문화와 역사를 7백년간 가학(家學)과 가풍(家風)으로 끈질기게 이어 왔다. 안동의 임청각(臨淸閣)의 주인으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고 그 교가를 지어 독립의 핵심인재들을 양성한 상해 임시정부의 국무령 석주 이상용(石洲李相龍 1858~1932)역시 고성 이 씨 가문이다. 명나라와 유교에 대한 맹목적인 사대(事大)가 극심했던 근세 조선 5백년간 고성 이 씨 가문은 당연하게도 소위 세간의 출세와는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환단고기'에는 9천 년 전부터 구전되어 온 천부경(天符經)이 실려 있다. 천부경은 위기의 지구촌 시대에 모두를 살리기 위하여 한민족이 마땅히 세계에 선물할 보물 중의 보물이다. 우리의 역사는 마고(麻姑)->궁희, 소희->황궁씨->유인씨->환인->환웅->단군->북부여->고구려(삼국시대)->남, 북국(통일신라, 발해)시대->고려->근세조선->대한민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국학원은 우리 역사와 문화, 철학의 골간인 천부경을 보급하던 차에 마침내 전국에서 19번째로 안동시 운안동 마무골의 '마고공원'에 천부경비를 건립하게 되었다. 작년 말 마고동천비를 정비하고 표지석과 마고정을 세운 그 곳에 9천 년 전 부터 이어져온 천부경비를 나란히 세운 것이다. 역사의 시원인 마고를 기리는 마고동천비와 쉬어 갈 수 있는 마고정, 천부경비가 함께 건립 된 곳은 지금까지는 안동시가 유일하다.

8월 15일 광복절 오후 2시, 작렬하는 태양아래 평화동 강진오 동장님과 주민센터 직원분들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전국에서 축하하러 달려온 국학회원들과 광복회 경북지부장 이항증님, 이동수박사, 이영식도의원, 안동시의회 김한규, 이재갑, 손광영, 김은한, 김대일의원을 비롯한 3백여 명의 하객들은 가슴속의 민족혼이 찬란한 빛으로 웅혼하게 펼쳐지는 감동을 체험하였다. 이로써 안동시는 유교와 외래 사상의 고장이라는 평에서 벗어나, 드디어 명실공히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되었다. 모금에 참여하신 전국의 국학회원들과 안동의 관계자분들 특히 지역주민들께 온 마음을 다하여 감사를 드린다.

이제 운안동 주민들과 안동 시민들은 마무골 일대를 민족의 얼이 환히 빛나고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진정한 선도문화의 명소로 잘 가꾸고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