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사묘(太師廟) 경북 안동시 북문동 23, 24-1 - 지방기념물 제15호(1974년 12월 10일)

고려 건국에 공을 세운 안동 권씨의 시조 권행(權幸), 안동 김씨의 시조 김선평(金宣平), 안동 장씨의 시조 장정필(張貞弼)을 제향하고 있다.

서수용/한국고문헌연구소 소장

태사묘(55.0×38.0cm)                                                                                           Oil on Canson Paper

삼공신(三功臣)의 위패는 처음에는 안동부사(安東府舍)에 있다가, 1542년 오늘날의 자리로 옮겨졌다. 그 후 1613년(광해군5) 묘우를 확대하고 '삼공신묘(三功臣廟)'에서 '태사묘(太師廟)'로 그 명칭을 바꾸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되었으나 전후에 복구하였고, 1963년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정비되었다

김선평 (901년, 신라 효공왕 5년~몰년 미상)

안동 김씨의 시조, 고려 개국에 혁혁한 공 세워

권화백은 이번에 안동의 심장부를 그렸다. 안동의 중심에 시청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필자는 그 보다도 태사묘(太師廟)를 떠올리곤 한다. 태사묘의 중심은 당연히 삼태사의 위패를 봉안하고 매년 제사를 받들고 있는 태사묘다. 권화백은 태사묘를 그리면서 태사묘 전경이 아닌 태사묘의 묘우만을 선택했다. 화폭으로는 그 왼편에 태사묘로 들어가는 나무문이 조금 보이고 그 안으로 단청을 곱게 한 태사묘가 신도(神道) 저편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태사묘의 묘정에는 이들의 공적을 기린 4기의 비석들도 서 있지만 작가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작가의 시선은 보다 강렬하게 삼태사의 위패를 모신 공간으로 내달렸다. 이는 아마도 대대로 안동부의 성문 안에 살고 있었던 권태사의 후손인 선친께서 늘 태사묘로 출입해서 작가에게는 다른 어떤 장소보다 아주 익숙한 것에서 나온 인지(認知)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림 속에서 태사묘 경내에서 아주 오래된 기침소리와 조상들의 공적을 이야기하며 출입하던 이들의 모습이 느껴질 듯하다.

이제 안동을 대표하는 축제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다. 1997년 축제가 시작된 이래 거의 매년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안동을 대표했던 축제는 아주 오랫동안 삼공신들의 공을 기려서 묘우에 제사를 받드는 '삼공신 축제'가 아니었을까. 삼공신에 대한 제향과 추모는 안동 땅에서 천 여 년을 면면히 이어온 거룩한 의식이었다. 삼공신 축제에 안동인들은 자발적으로 즐겨 참여 했다. 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진정으로 즐기는 것이 우선이고 외지인들이 이에 호응해서 참여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축제는 삼공신의 후손들만의 것으로 축소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생각해 본 아이템이 있다. 삼공신이 이룩했던 역사적 사실은 안동의 고유하고 거룩한 자산(資産)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태사묘가 수많은 안동의 문화유산중의 하나라는 'N 분의 1'이라는 인식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삼공신을 현대적으로 기념하고 추모하는 행사를 기획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역사적으로 삼공신에게 쟁점이 된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나 하는 '가치의 문제'였다. 그런 측면에서 안동 태사묘를 중심으로 해서 수준 높은 역사나 철학 포럼을 마련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또한 삼태사의 후손으로서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저명한 경제인을 초청해 '경제포럼'이나 '범 삼태사 후예 세계대회'를 정기적으로 여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안동 지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술적, 문화적, 경제적으로도 도움 되는 일일 것이다.

태사묘의 정문 문루에는 경모루(景慕樓)라는 현판이 드높게 걸려 있다. '우러러 사모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현판이다. 아주 오랫동안 제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이들이 자신들의 조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공익적인 측면에서 그 은혜를 잊지 못한다는 의미에서였다. 삼공신들은 안동의 지도자로서 죽을 운명에 처한 부민(府民)들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고 이를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준 셈이다. 그래서 고려의 개국으로 이어진 그 은혜를 왕조가 바뀌어서까지 잊지 못한 것이다.

김선평(金宣平)은 안동 김씨의 시조이다. 기록에 의하면 태사공(太師公)의 모습을, '봉의 눈과 용의 수염을 가졌고 눈이 별과 같이 반짝였으며 스물여섯 살에 고창성주(古昌城主)가 되었다'고 적고 있다. 김태사는 문무를 겸비한 재주에다 더해 명철한 판단력까지 갖춘 이였다. 김, 권, 장 삼태사는 후백제 견훤 군을 맞아 지역을 안도(安堵)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그 중에서도 김태사는 당시 고창(古昌, 현재의 안동지역) 지역의 행정책임자였던 성주(城主)였다. 김태사는 삼한벽상 삼중대광태사아부공신(三韓壁上 三重大匡太師亞父功臣)에 봉해졌다. 매우 복잡한 관직이라 풀이가 필요하다.

삼한(三韓)은 고려(高麗), 벽상은 공신당(功臣堂)에 초상을 그려 거는 최고의 공신이다. 삼중은 대광(大匡)이란 작위를 세 번에 걸쳐 받았음을, 태사는 고려의 정1품 문관 품계, 아부는 최고의 존칭이다.

안동 최고(最古)의 읍지로 알려진 영가지(永嘉誌)에 보면, "병산(屛山)은 안동부에서 북쪽으로 10리 떨어진 곳인데, 고려 태조가 견훤과 그곳에서 싸웠다. 그 때 견훤이 패해 달아났고 시랑 김악은 사로잡혔다. 죽은 사람이 8천이라 했는데, 시체가 쌓여 개울을 막았고 물은 거꾸로 흘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참으로 치열한 전투가 안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안동까지 온 왕건은 이미 지금의 경북 대구 지역인 공산전투에서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훤군에게 패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왕건이 이 같은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안동에서 전열을 정비했음은 물론 김태사를 중심으로 해 막대한 인적 물적 지원을 받았다는 추단이 가능하다.

기록을 보면, 김태사는 두 태사와 함께 견훤군의 배후를 습격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다. 그렇다면 김태사는 그의 작위(爵位)에서 말해주는 바처럼 고려 개국에 있어서 최고의 공을 세운 것이 분명하다. 고려사(高麗史)에서도 이 전투를 '고창지첩(古昌之捷, 고창에서의 큰 승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 삼태사의 공으로 고려는 통일왕조를 열었고 고창군은 안동부(安東府)로 승격되었다. 이로서 안동지방의 새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필자는 삼태사애 대한 역사적 평가를 생각할 때마다 권태사의 외손이었던 퇴계(退溪) 이황(李滉)이 쓴 글을 흥미롭게 읽곤 한다. 퇴계집 권42에 '안동부삼공신묘증수기(安東府三功臣廟增修記)'가 실려 있다. 이 글은 지금도 태사묘의 강당인 숭보당(崇報堂) 마루 위에 걸려 있다.

퇴계 선생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문제인, 세 공신의 순차(順次)에 대해 어떻게 썼을까 살펴보았다.

선생은 "안동부 관청 담 안에 삼공신 묘우가 있고 그곳에서 고려 태조공신 세 분을 제사하는데, 김공 선평(宣平), 권공 행(幸), 장공 정필(貞弼)이 그분들이다"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는, 부(府)가 신라의 행정구역이고 삼공(三公)은 신라 사람이며 당시 고려 태조가 견훤을 토벌함에 있어서 삼공들은 관할 군 전체를 들어 태조를 도왔다. 이로 인해 병산전투에서 크게 이길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의로운 명성이 크게 일어났고, 안동 지역은 견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삼공의 결단은 고려 왕조에게 있어서는 큰 공을 세우게 했고, 고을 백성들에게는 큰 덕을 베푼 역사적 의의가 있었다는 논리다.

문제는 유가(儒家)의 의리적(義理的) 관점에서 보면 석연치 못한 점이 없지도 않다는 것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신라의 성주(城主)요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신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어난 고려의 지도자에게 투항한 셈이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은 이 점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글의 말미에서 퇴계는 참으로 명쾌한 논리를 폈다. "후대 사람들이 만약 불행하게도 변란을 만난다면, 그 나라가 망한 신라(新羅)가 아니요, 그 적이 저 역적 견훤이 아니며, 군사들이 저 고려(高麗)와 같이 바른 이들이 아니면서, '나는 권도(權道,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택한 결정)로 적들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다'라고 한다면 왕법(王法)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을 또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라 했다.

자세히 읽어보면, 삼태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그 같은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선택'이다.

퇴계 선생의 이 글에서는 뼈아픈 표현도 없지 않다. "투항한 것을 상주면서는 성씨를 하사하여 권공을 총애하는 뜻을 보였다(賞投降則賜姓以寵權公)"는 내용이 그것이다. '투항(投降)'이라는 표현은 춘추 의리관념으로 볼 때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반역적인 행동이었다. 더구나 퇴계는 안동 권태사의 후손임을 자임한 이다. 그러나 퇴계는 역사에서 의(義, 옳음)를 저버리는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임을 가르치기 위해 혐의스러움을 무릅쓰고 이러한 표현을 글에다 가만히 녹여 넣었던 것이다. 이점은 퇴계 선생보다 69년 후배였던 안동 김태사의 후손인 청음 김상헌 역시 인식한 것이었다. 청음집 권40에 실린 편지에, "퇴계 선생께서는 단지 투항(投降)이란 표현으로 죄를 드러냄으로써 후세에 난리에 임해서 나라를 저버리고 적을 맞이해 들이는 자의 경계로 삼기 위한 것처럼 하였던 것입니다. 춘추(春秋)의 의리는 친한 자를 위하여 숨기는 법입니다. 저 상헌 역시 권씨의 외손자인바, 이 기록을 읽을 적마다 눈을 가리고 차마 보지 못할 것을 본 것처럼 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김태사의 후손인 청음 김상헌은 자신을 권태사의 외손이기도 하다는 인식하에서 이들 삼태사가 선택한 것은 마치 저 중국의 장량(張良)과도 같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같은 편지에서 말하고 있다.

"고려 태조와 마음을 함께하여 역적을 토벌한 것은 실로 장사도(張司徒)가 한(漢)나라를 끼고 한(韓)나라를 위하여 진(秦)나라와 초(楚)나라에 대해서 원수를 갚았던 것과 똑같은 의리입니다."

여기서 장사도란, 한(韓)나라의 사도 벼슬을 하고 있던 장량(張良)을 말한다. 한(韓)나라가 진(秦)나라에 의해 멸망되자 사도로 있던 장량은 한(韓)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해 동쪽으로 가서 창해군(滄海君)을 만나 장사(壯士)를 구해 박랑사(博浪沙)에서 진시황을 저격하였다가 실패한다. 나중에 장량은 한(漢)나라의 유방(劉邦)을 도와 진(秦)나라와 초(楚)나라의 항우(項羽)를 쳐서 천하를 통일하는 공을 세우고서 유후(留侯)에 봉해진 인물이다. 선견지명이 있는 책자로서 역사상 '장자방(張子房)'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제사의 주체와 규모는 달라졌지만, 삼공신에 대해서는 천여 년을 이어 지금도 정일(定日)로 안동 태사묘(太師廟)에서 제향을 이어오고 있다.

삼공신은 단순히 해당 씨족만의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안동 지역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손 또는 외손이 아닌 이가 드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길은 굳이 퇴계와 청음의 해석이 아니어도 최선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이들이 오늘날의 안동과 안동문화를 개창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에 시민들 모두가 경배할 대상이라고 본 것이다.

묘우에는 그 중심에 권태사를, 동쪽에 김태사, 서쪽에 장태사의 순서로 모셔져 있다. 묘우의 위차(位次, 배향 순서) 문제는 김, 권 양가에서 오랫동안 심각한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당에서는 일반적으로 서쪽을 상위로 본다. 그렇다면 장태사가 수위(首位)다. 또한 세 분인 경우는 그 중심에 있는 분을 수위로 본다. 그렇다면 권태사가 중심이다. 안동 김씨들은 동쪽을 수위로 보아왔다. 그렇다면 김, 권, 장태사가 그 올바른 순서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위차 문제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퍼즐과도 같은 것이었다. 안동 김씨를 대표했던 인물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1570, 선조3-1652, 효종3)이 권태사의 후손인 경주부윤 직에 있던 장곡(藏谷) 권태일(權泰一:1569, 선조2-1631, 인조9)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당시에 동쪽으로써 위를 삼았다면 김 태사께서 제일 위가 되고, 서쪽으로써 위를 삼았다면 장 태사께서 제일 위가 됩니다. 그런데 사신(史臣)들의 글 및 여러 서책에 기록된 바를 보면, 장 태사의 이름과 차서가 가장 낮습니다. 이것으로 보면 김 태사께서 마땅히 제일 위가 됨이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술잔을 올리는 예를 보면, 가운데에 있는 권 태사께 가장 먼저 술잔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실로 중간에 권씨의 자손들이 한번 제사를 지내면서 잘못 지낸 것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고치지 않은 데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합니다. 영형께서 어찌 예로부터 지금까지 가운데로써 위를 삼는다는 제도를 들어 보신 적이 있었겠습니까. 영형께서는 동쪽으로써 위를 삼는다는 것에 대해서 상고할 데가 없는 설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과연 영형의 말과 같다면, 한 줄로 늘어서서 앉아 있는 자리에서 장 태사는 이미 원공(元功)이 아닙니다. 그러니 마땅히 어느 편으로써 위를 삼아야 하겠습니까?"

안동 와룡 가구리에서 태어난 장곡 권태일은 회곡(晦谷) 권춘란(權春蘭)의 아들로 퇴계의 대표적인 제자였던 구봉령(具鳳齡)과 김언기(金彦璣)의 문인이었다. 또한 그는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의 사위 망와(忘窩) 김영조(金榮祖, 1577-1648)와는 동서간이기도 했다. 그는 31세에 문과에 급제한 뒤 조정에 나아가 경주와 전주의 부윤, 전라도관찰사를 거쳐 형조참판에 이르렀다. 그는 이수광(李수光), 김상헌(金尙憲) 등과 교유했다. 청음은 시조의 위차 문제로 장곡과 불꽃 튀는 논쟁을 폈지만 그를 위해 신도비명(神道碑銘)을 지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시종 유지했다.

현재적 관점에서 보면 왜 그렇게 조선의 선비들은 위차문제에 대한 시비를 했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청음 김상헌의 견해를 보자.

"제사를 지내서 조상을 추모하고 은혜를 갚는 것은 본디 예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예는 공경하는 것을 주로 하면서 순하게 하는 데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제사를 지내면서 차서를 어긋나게 한다면, 어찌 그것을 순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예를 차리면서 순하게 하지 않는다면, 어찌 그것을 공경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순하게 하지도 않고 공경스럽게도 하지 않는다면 귀신이 흠향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주부윤 권태일에게 보낸 편지(신유년, 1621, 광해군13)

위차를 잘못 정하거나 잘못된 상태로 제사를 받드는 것은 그 자체가 예에 어긋난 일로서 그 자리에 처한 혼령도 편안하지 않게 된다는 논리다.

지금 태사묘에는 예전과 같이 그 중심에 권태사가, 그리고 서쪽에 장태사, 동쪽에 김태사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예전에는 중앙에 향탁이 하나 놓여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각 위마다 향탁이 동일하게 놓여 있다.

청음 김상헌과 장곡 권태일의 논쟁이 있은 지 60년 뒤인 숙종8년(1682)에 조정에서는 일대 결단이 내려졌다.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이다.

안동부(安東府)에 고려(高麗)의 공신(功臣)인 김선평(金宣平)·권행(權幸)·장길(張吉)의 삼태 사묘(三太師廟)가 있는데, 한 줄로 남쪽을 향하여 김선평은 동쪽에 있고, 권행은 가운데에 있고, 장길은 서쪽에 있다. 김선평·권행 두 집의 자손인 부호군(副護軍) 김수일(金壽一)·첨지(僉知) 권열(權閱)이 각각 상소하여 위차(位次)를 정하여 주기를 청하였는데, 김수일은 동쪽이 수위(首位)라 하고 권열은 가운데가 정위(正位)라 하여 다투는 말이 매우 많았다. 일이 예조(禮曹)에 내려지자, 예조에서 복계(覆啓)하기를,

"고려사(高麗史)·동국통감(東國通鑑)에 '고려 태조 경인년에 고창 성주(古昌城主) 김선평(金宣平)을 대광(大匡)으로, 권행·장길을 대상(大相)으로 삼고, 드디어 그 고을을 안동부(安東府)로 하였다.' 하였고, 이황(李滉)의 기문(記文)에 '고려의 공신이 세 사람이니, 김공 선평(金公宣平) 권공 행(權公幸)·장공 길(張公吉)이다.' 하고, 또 '성주(城主)인 자는 김공(金公)이고 앞장서서 고려에 강복한 자는 권공(權公)이다.' 하였으니, 위차(位次)의 선후는 절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적(史籍)과 선유(先儒)의 말이 이러하니, 김선평을 수위로 하고 권행·장길을 차위로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윤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논쟁은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는 1767(영조43)에는 특명으로 삼태사(三太師)의 전헌(奠獻)을 일시에 아울러 행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리기까지 하였고, 정조 때에 이르러 다시 이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김태사의 23세손인 동야 김양근이 편찬한 '태사묘사적(太師廟事蹟)'은 정조 당시(정조15, 1791) 이해 당사자인 안동 권씨와 큰 분쟁을 야기했다. 국왕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여의치 못할 정도였다.

1901년 안동부에 있는 태사묘의 위차 문제에 대한 김씨 문중과의 시비를 분명히 해 주기를 청하는 의정부 찬정 권재형(權在衡) 등의 상소가 그것을 말해주는 예이다.

다행한 점은 그 이후 이들 삼공신의 후손들은 논란이 없이 각기 자신들의 조상에 대한 제향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 공신들의 위상이 추락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