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온천에서의 원초적 만남

2008년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의 한 주말로 기억한다. 나는 피로도 풀 겸 해서 지역에 새로 개장한 학가산온천을 찾았다.

사실 나는 학가산온천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고집스러우리만치 동네목욕탕을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안동시가 개발·운영을 맡은 학가산온천이 시민들로부터 그리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할 거란 애당초의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내 속내를 털어놓자면, 관(官)이 앞서서 온천사업에 투자하고 관여해 가뜩이나 사양길 일로를 걷고 있는 민간 영세 목욕사업에 타격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먼저 생겼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손님들이 제법 늘어난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이를 확인해 볼 요량으로 구경삼아 들렸던 어느 날이었다.

안동시가 제법 녹록한 재정을 들인 사업이라 한 눈에 봐도 온천시설은 가히 최상급이었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한가로이 면도를 하고 있는데 바로 옆자리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사람이 있어 곁눈질로 확인하니 지역 국회의원 김광림 의원인 게 아닌가.

당황스럽기도 해서 내가 먼저 멋쩍은 목례를 건네며 "의원님 아니십니까? 주말인데 이른 시간부터 온천엘 다 오셨습니까?"고 여쭸다.

'그냥 목욕하러 왔노라'고 형식적인 인사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보통일진데, 김 의원은 "오늘 지역 조합장님들과의 점심약속도 있고, 오후에는 시청에서 전원주택관련 회의도 있고 해서요."라며 다소 긴 답변이 되돌아왔다.

순간 나는 총선이 있기 전 김 의원의 출마와 관련한 내 발언에 대해 이때를 빌려 사과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원님 제가 지난 번 의원님 출마 결심에 대해 어느 지인선배를 통해 '약탕기도 안 들어 보고 행상부터 뜨려합니까'라고 시쳇말로 아주 도발적인 표현을 했던 장본인인데 그때는 출마를 하시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에 그랬습니다."라고 해명을 하니 "허허허" 하고 너털웃음으로 받아 넘겼다. 이해를 해주신 것 같아 내친 김에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의원님의 열정적인 의정활동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다고 하자 "열심히 한 번 해 봄시더."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해서 김 의원과 필자의 온천에서의 원초적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그것도 알몸으로. 사실 '열심히 한 번 해보자'고 재차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김 의원의 모습에서 일면 아량도 느껴졌다. 거기서 지역을 위한 열정 또한 강하게 느꼈다면 그것은 나만의 애틋한 짝사랑의 감정이었을까?

이제 막 봄에 문턱에 들어선 지금, 또 한번의 전국지방동시선거가 다가온다. 이번에는 선출해야하는 후보도 참 많다. 유권자들은 모두 8명의 지역일꾼을 한 번에 뽑아야 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지역 언론들은 안동의 대표주자들에 대한 표에 향방에 대해 먼저 분석하고, 논하곤 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올해 역시 대다수 시민들의 바람과 희망을 반영하는 올바른 여론은 등한시 될 것이고, 또 누구의 의중이니 누가 공천을 받는다더라하는 이야기만 난무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김 의원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타성에 젖어있는 지역의 지방선거 국면 속에서 이러한 의중 헤아림에서 소외돼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지 못하는 '무관의 제왕'들에게 베려와 관심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주류에 들지 못하거나 줄을 잘 못 서서 그 탁월한 능력을 지역을 위해 써 보지도 못하는 걸출한 인물들을 나는 그렇게 부르고 싶다.

필자는 온천에서 만난 짝사랑하는 그 분에게 감히 '시민여론의 기준'이라는 잣대를 제시하는 거창한 월권을 저질러 본다. 이와 함께 독자들께도 이해와 용서의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를 고개 숙여 간청해본다.

적어도 지방선거후보자에 대한 선택의 기준은 고위층의 높은 기준보다는 '시민눈높이후보'가,

당의 전략적 기준보다는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주권후보'가,

그리고 최소한의 지역발전의 마인드가 확실히 갖춰진 '시민정책후보'가 당선 되어야 마땅하다.

이미 지역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운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시민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아무개 후보자의 충성도가 어떻고, 다음선거에 협조할 인물이 누구고, 누구는 누구의 입김으로 큰 영향이 있고' 등의 얘기가 꼬리를 물 태세다.

이제는 더 이상 어느 분의 고집, 당직자들의 전략적 선택, 나아가 (노골적으로 얘기하자면) 필자가 짝사랑하는 주위 분의 의중과 압력과 같은 연유로 시민주권이 함몰되어가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주권자의 소중한 한 표에 대한 왜곡이요, 도전이다.

'이번만큼은 열심히 한 번 해 봄시더'라고 말씀하신 그 분의 생각과 지역정책개발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후보자공천을 기대하며, 시민눈높이후보만이 위대한 주권자인 시민의 허락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운 시민주권의 원리를 김 의원께 감히 전하고자 한다.

시민들과의 소통과 타협은 있고 후보자와는 불타협의 원칙을 고수한다면, 지난 어느 선거에서 모후보자가 표현한 '도덕이냐, 타락이냐'는 웃지 못 할 선거 슬로건처럼, 아픈 기억을 되풀이 할지도 모를 일이다.

축제와 같은 선거 열기 속에서도 지난 일을 타산지석 삼아 시민들이 선택한 소중한 한 표 한 표의 준엄한 심판을 기다려야 함이 마땅치 않을까하는 소견을 간절히 전해본다.

아울러, 시민을 위하고 지역을 위한 일이라면 불철주야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 내가 짝사랑하는 고운님의 그동안의 의정활동이 안동을 위한 일초종신이었음을 이 시점에서 독자들께 간절히 호소하고자 함은 그에 대한 애틋한 표현의 사랑으로 비쳐지길 바란다.

공천은 당이 주겠지만 심판은 시민이 한다는 원초적인 원론을 감히 김 의원에게 진언하며, 끝없는 지역 살리기 고민이 지방선거라는 암초에 부딪히지 않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UGN 경북뉴스 독자 김 용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