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기초자치단체 통합신청 시한인 9월 30일 까지 전국 18개 지역에서 주민이나 단체장 지방의회가 52건의 자율통합 건의서를 냈다.

여기서 거론된 통합 대상 지자체는 46개로 행안부에서 당초 예상했던 10여개 보다는 월등히 많아 성과가 큰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실상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지자체 통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렵잖게 찾아 볼 수 있다.

현재 통합논의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7개 지역과 충정권 5개지역에서 그같은 모습은 극명히 나타난다.

먼저 통합 전령사처럼 단체장 모두 통합건의서를 낸 성남, 하남, 광주시의 통합 성사 가능성이 우선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 도시가 합치면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가 생겨 수도권 집중을 우려하는 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남양주시와 구리시의 경우를 보자. 외부에 알려진 대로라면 뒤 도시는 통합에 원칙적으로 뜻을 함께 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남양주시가 통합건의서를 제출한 반면 구리시는 "동의한 적 없는 일방통행"이라면 행안부에 반대 이견서를 냈다.

경북지역 사정은 더 어렵다. 중부권의 경우 구미와 군위군의 통합제안이 있으나 군위군은 찬성하고 구미시는 반대다. 구미, 김천, 상주 통합안도 상주와 김천은 긍정적이나 구미시는 역시 반대다.

중부권에서는 국회의원지역구가 같은 고령, 성주, 칠곡 조차도 희망사항이 다르다. 고령과 성주는 대구 달성군과 통합을, 칠곡의 경우 구미와 통합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권은 지역별로 안동과 예천, 봉화와 영주, 안동·예천과 문경, 또는 북부지역을 모두 아우르는 초광역통합까지 거론되는 등 입장대로, 그때그때마다 다른 실정이다.

이같은 혼선과 동상이몽의 원인은 우선 지자체의 통합의지가 약한데서 찾아야 한다. 또한 정치권과 정부의 행정편안이 누구도 선뜻 원하거나 마음에 들지도 않은 졸작이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광역자치단체가 폐지되거나 중앙정치에 예속될 가능성도 있어 지방자치와 분권 약화로 인한 중앙집권 시대로 역주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행정구역 개편(통합)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와 주민들의 지혜를 모아 합의를 이뤄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통합실현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는 주민투표에 앞서 여론조사만으로도 통합을 추진할 수 있게 방침을 정해 유감천만이다.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계획과 업무 전반에 대대적인 재점검과 정비가 필요한 국면이다.

한편 이보다 더한 유감도 있다. 신기루 같은 통합논의 탓에 안동시민들이 경북도청 이전이 무산되지나 않을까하는 불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봄부터 내게 시작된 시민들의 전화문의와 면전에서의 질문공세가 바로 그것이다. “안동-예천으로 경북도청 제대로 이전 할 수 있을까. 아마 어렵겠지요?” 라는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룬 도청이전의 꿈이 행정체제 개편(통합)으로 인한 무산 될 수 있다는 불안과 의구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나는 답하고 해명하는데 초지일관 "그렇지 않습니다." 라고 했다. 적어도 도(道)는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자체 통합 진행자체가 지지부진 할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논의된 행정구역 개편 방안에서도 도(道)를 존치하거나 조건부 폐지하는 방안이 우세 한 것에 근거한 것이다.

다행이 최근 행안부에서 자치단체 자율 통합시 타시도간 통합이나 국회의원 선거구 영역변경을 초래하는 지역은 논의를 자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침을 밝혀 도(道)폐지는 한발 비껴가는 국면을 맞았다.

우리 경상북도와 함께 도청이전에 전력을 쏟고 있는 충청남도의 경우 이같은 사실을 근거로 지난달 중순부터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도청이전 신도시 건설과 무관하다."는 공식입장을 밝히고 도청이전은 당초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홍보물까지 만들어 주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있다.

오지랖 넓게 충청남도 신도청 이전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지만 충청남도의 그같은 행보에 눈길이 끌리고 일희일비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경상북도와 경북북부권의 백년대계인 경북신도청 이전 절차가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암초를 피해 재대로 순항하고 종착지에 이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