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대 기초의회가 이제 임기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하마평이 나오고 정당공천 문제와 선거구제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내년 6월에 있을 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마음에 둔 분들은 자연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게 됐다.

돌이켜 보면 15년 전의 일이다. 주간지 기자를 하면서 안동시청과 군청을 취재하게 되었고 출발을 하는 안동시·군 의회를 함께 출입하게 되었다.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의원 개개인의 열정은 대단하였지만 어딘가 부족한 듯이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런 시각은 대학 시절 학생운동권 차원의 순수한 사회관을 자기고 있던 스스로를 지방의회로 몰고 가고 있었다. '나 같으면 저런 상황에서는 달리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멋있게 의원답게 할 수 있을 텐데.', '저렇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인데.' 하는 등등의 생각은 결국 '그렇다면 남들이 하기 전에 너가 먼저 뛰어들고 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이 아는 데로 실천하는 바른 자세잖아'하면서 소위 말하는 선거판으로 스스로를 내몰고 말았다.

엄격한 의미에서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것이 의원에 대한 나의 초종 결론이다. 어떤 중요한 의미를 단어를 찾는다 해도 '대의기구'란 의미의 위에 설 수는 없는 것이다.

지방의회 제도를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이때 풀뿌리란 것은 주민 개인 개인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의원 개개인이 시·군의 집행부 공무원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존중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주민 개개인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있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에서 주민 개개인이 행정집행에 대해 일일이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의사를 대변할 대표자를 선출하여 그 일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원 개개인의 공식적인 업무와 관련하여 발언하고 의사결정 하는 것은 스스로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주민 다수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의원은 공식적인 업무와 관련한 발언은 신중해야 하며 의사결정은 항상 주민 다수의 뜻을 담기에 보다 신중하여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의 1차적 책무가 여기에 있음에도 불고하고 간혹 이를 전적으로 망각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지방의원의 공적의사를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폄하하는 공무원이 없지 않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무와 관련하여 주민의 민원이 정해진 규정에 의하여 순순히 해결되는 경우도 많지만 해결되는 것이 상식인 듯 함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분명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거나 양쪽 다 문제가 있거나 정해진 제도에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 의원에게 민원이 제기될 수 있는데 해결되느냐 되지 않느냐 그리고 그를 받아들이는 주민과 공무원의 입장에서 의원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 질 수 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그 의원이 '참 끗발 있더라', '뭐 좀 하는 줄 알았더니 되는 일도 없고, 지나 내나 별거 아닌데'라고 하고,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의원이 괜히 '끗발 부리려고 하네'라거나 가만히 있으면 끝났을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골치 아른 존재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의원의 경우에 있어서도 스스로 판단하건데 참 묘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스스로에게 엄격하려 해도 주민 대의기구로서 당연히 주어지는 고유의 업무적 한계와는 별개로 개인적 체면·위신 등등에 함몰되어 초라한 인격으로 전략하고 마는 경우가 없지 않다.

흔히들 우리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들로부터 집행부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는 곧 주민의 다수 의사와는 상반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 일이 의회의 의결에서 의한 것이라면 의회는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한 것이므로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데 실제 예산심의 등을 하게 되면 주민의 의사와 다른 결정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특히 사장이 한번 해 조겠다고 의지를 가진 특정 사업을 의회에서 한번 부결하면 또 다시 예산을 요구하고 그래도 부결하면 해당업무의 과를 바꾸어 다른 상임위원회로 결정하도록 요구하여 마침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만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안해 줄 것은 안해 줘야지 라고 나무라겠지만 겪어보면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시대적 분위기나 상황에 의해 주민의 다수 판단에 근거해 결정했지만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영화촬영세트장은 실익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은 있었지만 주민 다수의 의사라고 생각하여 설치를 결정했지만 전국적으로 성공한 경우는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회의가 있는 날이면 내 아내는 나더러 '제발 좀 부드럽게 하세요.'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 '주민의 대의기관인 내가 어떻게 맨날 부드럽게만 하노'라고 되뇐다. 그렇지만 나도 많이 부드러워졌다. 어쩌면 15년을 지나는 동안 우리의 행정도 많이 변한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주민의 불편, 부당한 의사 결정, 공무원의 고압적 편견 이런 모든 것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제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은 보다 더 정밀하고 치밀해 져야 한다. 주민의 목소리가 어떤 것인지를 보다 깊이 있게 살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