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 다문화가족의 현 실태(1) -

'다문화가족', 이전까지 국제결혼이나 이중문화가정 등으로 불리던 국제결혼가족을 '다문화가족'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다문화가족'이란 용어는 국제결혼이란 용어가 내포한 내국인과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구분하는 국적에 따른 차별성 대신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이런 가정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다문화가족'의 수는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편중된 성비례로 인해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의 수요가 급증했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여성의 결혼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남성이 저개발국의 여성을 선택하는 경우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보화 시대와 세계화 시대에 따라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과 가치관이 바뀌고,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정책으로 외국인의 한국으로의 이주가 많아졌으며, 주변국 여성이 결혼을 통한 한국 이주를 빈곤에서의 탈출로 생각하고, 국제결혼중매업체들의 적극적인 상술과 노총각 구제 차원의 국제결혼을 독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다문화가족의 증가 원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제결혼중개업소들의 잘못된 상업화 전략에 속아 결혼하는 이주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한 여성(21)은 남편 될 사람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말만 믿고 지난해 현재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서울에서 거주하지 않고 안동에 살고 있으며,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모시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살게 됐다. 어찌하다보니 1명의 아이를 낳게 됐지만 결혼 전 그녀는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고 전했고, 종교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약속을 받고 왔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나니 아이를 교회에 데려가 세례를 받게 했다.

결국, 우즈베키스탄 여성은 3주 가량 된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 현재 구미에 소재한 이주여성쉼터에 머물고 있다.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그녀는 현재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이를 데리고 본인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제결혼은 대부분 누군가의 중개에 의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결혼 당사자들은 상대방에 대해 거의 모른 채 결혼을 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일부 중개업소의 상업화 전략에 맞춰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심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최숭근 센터장은 "전부 그렇다고 할 순 없지만 일부 중개업자들이 신랑감을 한국의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라고 속여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막상 와보면 지능이 낮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가 있어 이주여성들이 상실감을 느끼고 심하게는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마지막 방편으로 가출을 선택하는 것이다.

안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 3건이던 결혼이주여성의 가출건수가 올 한해 9월까지 22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경찰관계자는 "이 통계는 가출신고가 된 통계이고, 실질적으로 가출신고가 안된 것을 감안한다면 이보다 많은 결혼이주여성 가출 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안동을 비롯해 영양, 청송, 영덕 지역의 다문화가족은 총 600여 세대로 안동에만 300여 세대가 살고 있다.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최숭근 센터장은 "간혹 돈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사례도 있으나, 대다수의 이주여성들은 결혼을 해서 한국에 살기위해 들어온다. 하지만 이주여성이 같이 살고 있는 남편을 비롯해 가족들조차도 일단 말이 안 통하니 외국사람 대접을 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이 여성들은 한국가정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족들로부터 버림받고 한국사회로부터 버림받아 결국 가출의 길을 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숭근 센터장은 또,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올3월 마련됐으며,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제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지만, 우리가 해결해야 될 문제는 많이 산재해있다."며 "우선 이들을 외국인으로 보는 사회적 시각부터 고쳐져야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 한국 사람인 것이다."며 최숭근 센터장은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