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부자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부자로서의 삶이라고 하면 우선 물질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물질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부자로서 살기보다는 죽어서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이 보게 된다. 아니면 그저 물질적 풍요만을 만끽하기에 취해 있는 경우를 볼 때면 왠지 씁쓸하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자신을 돌아보게도 된다.

그 반면에 물질적으로 풍부하거나 그렇지 못한 가운데서도 부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는 숱하게 많다. 이웃의 어려움이나 낯모르는 이의 딱한 사정에, 그리고 천재지변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 부자로서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정성에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실제 2천 원짜리 자동납부 전화번호 누르기를 망설이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 그들의 부자로서의 삶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죽어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 부자가 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그들의 삶과 함께 하고 싶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사회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크고 작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하고 약하고 병들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서는 귀한 발걸음이 있다.

또 스스로의 올곧은 가치와 사회의 정의를 위해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의에서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임을 하고자 하는 그 의지야말로 부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가을이다. 결실의 풍요로움에 취하기에 앞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더욱더 부자로 살아가는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