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의 지원으로 '전통 생활문화 집대성 및 콘텐츠 개발' 사업을 시작한다.

▲ <계암일록溪巖日錄> '계암일록'은 조선중기의 문신 김령(金?)이 1603년부터 1641년까지 작성한 일기 자료이다. 김령은 약 40년에 걸쳐 관직 생활과 은거 생활에 대해 기록하였다. 당대 지식인의 일상생활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 외에 다수의 일기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생활사 연구의 핵심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매년 4억원의 예산으로 향후 5년간 전통 생활문화를 주제로 한 '교양학술총서'를 집필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여 일반에 공개한다.

국내 생활사 전문 연구진 20명이 참여하는 교양학술총서는 향후 4년간 국내 최다 규모인 80권의 총서로 간행된다. 이와 연계하여 전통시대 생활문화를 집대성한 디지털 콘텐츠 역시 개발하여 흥미로운 옛 선조들의 삶을 복구하여 일반에 공개한다.

'민간기록물'의 눈으로 본 생생한 생활상 재현

한국국학진흥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58만점에 이르는 민간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이다. 대표적인 민간기록물로 일기와 고문서가 있다. 일기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생활사의 핵심 자료이다. 고문서는 당시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나 공동체 운영 등 사회경제상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한국의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국가기록물의 존재로 인해 중앙을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다. 반면 민간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해나 연구는 관심을 덜 받았다. 다행히 한국국학진흥원은 일찍부터 민간에 소장되어 소실 위기에 처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존처리를 통해 관리해왔다. 또한 이들 자료를 번역하고 연구하여 대중에 공개했다.

민간기록물을 가장 잘 활용하고 일반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전통시대 생활상'을 생생하게 재현하여 전달하는 것이다. 일반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교양학술총서를 간행하고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여 민간기록물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본 사업을 기획하였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생활사 연구 및 보급 프로젝트

2022년 올해부터 2025년까지 4년간 매년 20권의 교양학술총서 총 80권을 발간하고, 마지막 5년차인 2026년에는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연구총서를 간행한다.

80권 규모의 총서는 국내에서 기획된 생활사총서로는 가장 방대한 규모이다. 참여하는 집필진 역시 전통생활사를 연구하는 학자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생활사 프로젝트인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생활사의 세부 주제 발굴을 위해 5차례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고, 전통시대 한국의 생활문화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였다. 전통생활사 분류는 인간의 생활을 규정하는 기본 분류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지정하고 매년 각 분야에서 핵심 키워드를 선정하여 20명의 집필진이 참여하는 총서를 간행한다.

올해 정치 분야는 '관직생활'이 키워드이다. 신병주 교수(건국대)는 '왕의 비서실, 승정원 사람들과 그 기록(가제)'을 주제로 집필하며, 이 외에 정치 분야에 4명의 집필자가 서로 다른 흥미로운 주제로 집필한다. 경제 분야는 '농업과 가계경영'을 키워드로 삼았다. 염정섭 교수(한림대)의 '조선시대 농민들의 농사짓기(가제)' 등 5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사회 분야는 '공동체 생활과 가족'을 키워드로 한상우 교수(아주대)의 '입양, 조선시대 양반의 아들 교환(가제)' 등 5명의 연구자가, 문화 분야는 '유람과 여행'을 키워드로 이상균 교수(강릉원주대)의 '조선 선비들의 로망, 관동 유람(가제)' 등 5명의 연구자가 각자 흥미로운 주제로 집필한다.

연구자들은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의 포럼을 개최한다. 한국에서 전통생활사를 연구하는 대다수 연구진을 초빙하는 대규모 포럼이 진행된다. 11월에는 유례를 찾기 힘든 국내 최대 규모의 생활사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첫 포럼은 20명의 집필진과 20명의 토론자로 구성된 40명의 연구자들이 생활사와 관련된 토론을 시작한다.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서울역 근처 서울비즈센터에서 진행된다.

9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일상생활사와 미시사는 최근 학계의 관심에서 소홀해진 상황이다. 본 사업으로 대규모 학술대회가 기획되면서 생활사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연구의 활성화는 연구 기반의 확대로 이어져 결국 전통시대 생활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전통생활문화 아카이브 구축, ‘전통시대,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나’

한편, 전통시대 생활문화를 집대성하는 아카이브도 구축한다. 전통시대 생활문화를 담은 민간기록물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총서 원고 역시 인터넷에 서비스하여 대중에게 전달한다. 보다 흥미로운 주제들은 웹툰, 동영상, 음성 등의 형식을 통해 대중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콘텐츠로 개발한다. 구축된 아카이브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전통시대 민간의 일상생활을 이해하는 보고(寶庫)로서 대중의 관심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전통시대 생활사를 주제로 한 디지털 콘텐츠는 일반인이 전통시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다. 전통시대 생활문화 콘텐츠를 통해 옛 선인들의 삶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에도 기여한다.

최근 화두인 4차 산업 혁명과 접목한 생활사 메타버스 구현 기대

최근 국가적인 관심 속에 등장한 메타버스는 기술적 구현과 함께 기술 안에서 향유할 수 있는 이야기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핵심이다. 전통시대 생활문화 사업은 메타버스의 핵심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매우 매력적인 소재이다. 전통시대 생활문화의 세부 주제는 하나하나가 전통시대 삶의 현장을 보여줄 기획 아이템이다. 이를 메타버스 기술과 접목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전통시대 선조들의 삶을 공감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부여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우향계안友鄕?案> '우향계안'은 조선시대 안동에서 조직된 우향계의 변천을 기록한 계안이다. 영남지역 선비들의 향촌 사회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이다. 전통시대 계회는 일반적으로 명단과 규칙 등을 수록하여서 조직의 결속을 도모하였다. 이를 토대로 당대 사람들의 협업과 사회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수천 점에 달하는 계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 <화회문기和會文記> 재령이씨 영해파 종가의 고문서 가운데 하나인 화회문기이다. 1494년 재령이씨 영해파의 시조인 이애(李?)의 7남 2녀 9남매가 부모 생전에 분배하지 않은 노비를 부모 사후에 분배하면서 화의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이처럼 재산분배나 가계경영과 관련된 고문서는 전통시대 민간기록물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이들 자료를 토대로 전통시대 가계경영이나 경제생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2022-04-20 16:17:44 / 김태동 기자(tdongk@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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