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을 배우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글교실을 운영해 여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여성들은 한국에 와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한국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6년 됐다는 메리조이다라두아씨(30.필리핀). 2년 전 한국으로 귀화 해 당당히 주민등록증을 내미는 그녀는 현재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글교실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다. "한국말 자체도 어렵지만 시부모님들이 하는 사투리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시어머니와 거의 대화를 못하고 지냈다."고 그녀는 말했다.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투리 때문에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시부모와의 갈등요소가 되지만 어차피 단시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될 점은 기초적인 한국어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여성들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뿐만 아니라 각 봉사단체와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관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숭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현재 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교육의 경우 1주일에 이틀, 하루 2시간씩이다. 하지만 시내에 사는 여성에 비해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농번기나 남편들이 바쁠 때면 빠지는 경우가 많아 한글을 배우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센터에 나와 수업받기 어려운 여성들을 대상으로 가정방문교육을 실시한다." 하지만 이도 어려운 점이 있다는 최숭근 센터장은 "주2회 5개월간 교육을 하는데 이나마 5개월이 지나면 후속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기간이 지나도 후속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글교육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아이를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육아부담이 한국인 며느리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한글교육도 그만큼 늦어진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한글공부를 하러 다니는 여성들도 대부분 아이와 함께 다닌다.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러한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글교육의 문제점들은 바로 2세대로 이어진다. 다문화가족 자녀들은 어려서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학습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방과 후 학교 등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집에서는 부모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일반가정에 비해 학습지체 아동이 훨씬 많다는 점은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5월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다는 판영리(26.중국)씨는 이제 8개월 된 딸이 있다. 이들은 남편(28)이 중국에서 유학을 할 때 만나 국제결혼을 한 경우다. 판영리씨는 "현재 남편이 학생 신분이라 지금은 시부모와 함께 지내고 있지만 남편이 사회생활을 하면 분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지금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글교육을 받고 있다.

아이의 교육문제 대해 그녀는 "아이가 지금은 어리지만,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를 가진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의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처럼 '우리엄마는 나보다 한국말을 못해요'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지금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해 다문화가족아동들의 교육문제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당사자들은 어찌했거나 본인이 선택해서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2세들은 다르다.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는 바로 2세들의 교육문제이다."며 최숭근 안동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강조했다. "다문화가정아동의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학교의 지원 기능을 지금 보다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한국어 및 부족한 교과를 지도할 수 있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해야 되며, 학부모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교육 등과 같이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돼야 할 것이다."고 한글교육을 맞고 있는 교사는 말했다.

'다문화가족', 이제 이들 가정에 대한 다양하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다문화가족아동은 차별과 빈곤 이라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다문화가족아동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다른 현 문제들과도 연결되어 있어, 앞으로 10년, 20년 후 에는 이들이 정말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개선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008-10-27 18:24:25 / 황준오 기자(joon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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