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국학원장>

안동은 신라 말, 새로운 세력인 왕건을 적극 받아들였고 잘 지켜서 공민왕으로 부터 '웅부안동(雄府安東)'이라는 명칭도 얻었다. 이조시대에는 당시로는 신학문이랄 수 있는 유교를 받아 크게 진흥하여 많은 인재들과 가문이 배출되어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의 폐해도 작지 않았으나, 나라를 잃자 '혁신유림'이 분연히 등장하여 개인과 가문이 무너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선비의 뜨거운 독립정신을 발휘한 곳이다. '선비'란 독특한 우리글로 단군조선 이전부터 지키고 닦아온 우리민족의 선도(仙道)를 수행하는 무리, 선배(仙輩)에서 유래했고 '쇤뷔'(밝은 사람)가 선비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국사 연구의 대가인 한영우(72)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한국인의 문화적 DNA이자 전통적 공동체 정신이 선비정신, 선비문화" 라고 주장한다. "선비는 조선의 유학자만이 아니라, 한국사를 이끌어온 지성인을 가리킨다. 고대의 무교(巫敎)에서 출발한 '선비'는 고조선 때부터 내려온 고유 언어로 이를 한자로 옮기면서 선인(仙人) 또는 선인(先人)으로 기록됐을 뿐 선비와 선인은 같은 말이다." 《삼국사기》는 단군을 '선인'(仙人)이라 불렀는데, 단군이 우리나라 최초의 선비인 셈이다. "16세기 천자문에 보면 '士'를 도사(道士)로 번역한 경우도 있으니 고대의 '선비'가 도사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유(儒) 불(佛) 무(巫)가 통합된 실체가 선비이다. 흔히 선비문화를 고루하고 융통성이 없다고 보는데 사실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외래문화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가 그 바탕이다. 개화기의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 대한제국의 '구본신참'(舊本新參)은 물론, 안재홍의 신민족주의도 전통적 선비사상과 서양 정치사상을 융합시킴으로써 근대국가 건설을 꾀한 것이다. 그런데 해방 후 제 것을 우습게 알고 남의 것만 받아들인 결과, 전통문화 브랜드가 후진국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고 개탄한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을밀 선인이 지은 고구려의 애국가라고 할 수 있는 다물흥방가(多勿興邦歌)에는 "먼저 간 것은 법이 되고(先去者爲法), 뒤에 오는 것은 상이 되는 도다.(後來爲上) 법은 나지도 죽지도 않고(故不生不滅), 상은 귀함도 천함도 없도다.(故無貴無賤) 사람은 천지 중에 하나이며(人中天地爲一), 마음과 정신의 근본도 하나로다.(心與神卽本爲一) 때문에 빈 것과 찬 것은 같으며(故其虛其粗是同), 정신과 사물은 둘이 아니로다.(故惟神惟物不二)" -략- 라는 구절이 있어 옛것과 새로움의 묘합을 가르치고 있다. 이 가르치심 중의 '사람은 천지 중에 하나이며 (人中天地爲一)'는 바로 유명한 천부경의 81자의 핵심인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에서 따온 말이다. 그 선도의 리더인 선비 정신의 핵심에는 조화경으로 '천부경(天符經)' 철학, 교화경으로는 삼일신고(三一神誥)의 가르침, 치화경으로는 참전계경(參佺戒經)의 다스림의 지혜가 있어 세계 최고의 민족적 집단지성을 이루고 있다.

위의 사진은 (사)한국서가협회 안동 지부장을 역임한 김오현씨의 작품으로 오동진의 천부경 찬(天符經贊)을 단아하고 힘찬 전서로 옮겨 지은이의 기운과 마음이 여실하다.

◎ 乾坤正氣 創成倍達 授符遣往 率將而主 熊虎願化 平等與婚 假化之德 弘益人間

하늘과 땅의 바른 기운이 배달(배달국)을 만들었고 천부를 주어 가게 하니 장수들을 이끌어 주인 되었다. 웅족과 호족이 교화받기를 원하니 평등하게 혼인을 허락하였다. 인간의 몸을 가탁하여 교화하신 덕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한 때문이다.

송암 오동진[松菴 吳東振, 1889~1930]은 홍범도와 같은 독립 운동가로써 평양의 대성학교사범과를 나와 고향에 일신학교(日新學校)를 세워 청소년들에게 독립사상을 고취시켰다.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후 만주 관뎬현[寬甸縣]으로 망명, 윤하진(尹河振) 등과 광제(廣濟)청년단을 조직하고, 안둥현[安東縣]으로 옮겨 대한청년단연합회를 조직하였다. 1920년 광복군의 총영장(總營長)이 되어 독립군을 편성, 항일전투를 전개하였다. 지창선[吉長線] 싱룽산역[興隆山驛]에서 체포되어 1929년 무기형을 받고 복역 중 이듬해 옥사하였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추서되었다.

이와 같이 안동에도 리더 급에서 부터 천부경을 알고 널리 전하고자 하는 '우리얼찾기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드시 그리되어야만 '한국정신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될 것이다.

사)국학원 원장(대), 한민족역사문화공원 원장 원암 장영주

2012-11-17 13:05:43 / 김태동 기자(tdongk@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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