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국학원장>

계사년 아침이 선연하니 실로 '조선(朝鮮)'이다.

흑룡의 해라는 임진년을 이어 뱀의 해인 계사년(癸巳年)이다. 임진왜란의 두 번째 해인 계사년(1593년) 1월 6일 조·명 연합군의 평양성 공격이 드디어 시작되고 3일 뒤, 평양성을 탈환한다. 2월 12일 권율장군이 이끄는 조선 육군이 행주산성에서 크게 승리하고 4월 20일, 마침내 서울에 입성한다. 그런가하면 6월 29일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최경희 장군 등의 수비군과 백성들 약 6만여 명이 전원 옥쇄하니 세계 전사에서도 드문 비극이다.

계사년 49세의 이순신 장군은 꿈을 꾼다. 난중일기를 보자.

8월 초1일 [양력 8월 26일]<임오> '맑다. 새벽꿈에 큰 대궐에 이르렀다. 모양이 마치 서울과 같았다. 기이한 일이 많았다. 영의정이 와서 인사를 하기에 나도 답례를 하였다. 임금님의 파천하신 일을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뿌리며 탄식하는데, 적의 형세는 이미 종식되었다고 하였다고 하면서 서로 의논할 때 좌우 사람들이 무수히 구름같이 모여드는 것을 보고 잠을 깼다. 무슨 징조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저런 덕인가. 압록강을 넘어 명나라로 기어이 도망가고 말겠다던 국왕 선조는 계사년 10월 1일,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이순신 장군은 꿈에서도 나랏일을 걱정하고 쉼 없이 몰두 한 것이다.

그와 함께 온통 나랏일 걱정으로 진력한 또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안동하회마을 출신의 서애 유성룡이다. 이순신보다 3살 많은 유성룡은 이순신의 형 이요신(李堯臣)과 죽마고우였다. 해상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결국 일본을 패퇴시킨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위대함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지만 해상과 육상의 모든 전투와 명과의 조율 등을 총지휘한 영의정이자 도체찰사인 서애야 말로 임진왜란 승리의 원동력 자체였다. 그는 악머구리 끓는 듯한 7년 전쟁을 결국 승리로 이끌고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총탄을 맞고 돌아가시는 그날 선조에 의하여 파직을 당하니 다시는 관직에 나가지를 않는다. 서애는 생애를 마칠 때까지 화회마을에 칩거하면서 다시는 과거의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대비하자는 징비록(懲毖錄)을 지으니 국보 제 132호이다. 최근 '징비록'은 [the Book of Corrections '잘못을 고치는 책']이라는 제명으로 영어로 출간되었다.

임진왜란의 역사적 기록을 남겨 국보에 오르게 한 인물은 '징비록'의 서애 유성룡과 '난중일기'의 충무공 이순신 장군 두 분 뿐이시다.

모두 우리를 위하여 뼈를 깎아 피를 찍어 쓴 보물로 그 뜨거운 뜻을 결코 잊지 말아야한다.

근래 뱀의 해의 세계 역사는 1941년에는 베를린 장벽과 소련의 붕괴진행, 1989년에는 중국의 천안문 사건, 2001년에는 미국에서 911 테러 공격이 있었다. 명리학자들은 계사년을 하늘에는 물 기운과 땅의 불기운이 상극(相剋)하는 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도 국내는 빈부, 동서, 사용자와 노동자, 세대 간 갈등과 학교폭력과 청년 실업문제, 경기침체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북핵문제, 종교분쟁, 국경분쟁, 지구 온난화 문제 등으로 분쟁이나 다툼이 일어나고 있기에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뱀은 윤회, 영생,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자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혁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큰 기대 속에 제 18대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되었다. 새 정부는 뱀의 껍질처럼 구태를 벗고 민생을 챙기고 대내외로 산적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대통령을 위시하여 측근의 공직자들과 국민들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야무지고 단단한 각오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나라와 민족 나아가 세계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가지는 창조자라는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창조의 주체를 '신(神)'이라고 부른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창조하였고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질 준비와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함을 역사는 준열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국민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신(神)과 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계사년에 태어난 아기에게는 계사년의 포부를 가지도록 하자. 그것은 바로 모든 엄마, 아빠가 아기에게 끊임없이 ‘아가야, 사랑하는 우리 아가야. 너는 너 자신과 민족과 인류를 구하기 위하여 지구에 왔단다.'라고 속삭여 주는 것이다.

'아가야, 우리 아가야, 너는 장차 국민이 신이 되는 이 나라, 대한민국과 지구의 주인이 될 것이란다.'라고 읊조리며 토닥여 주자. 동시에 자신과 이웃에게도 그리 되도록 격려하자. 이것이 계사년 새로운 해를 맞아 태양을 우러러 가슴에 천지를 품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덕담(德談)이자 늘 살아있는 삶의 지침이 될 것이다.

"너는 태양을 우러러 늘 밝은 존재이니,

네 안에서 하늘과 땅이 온전히 하나가 되시니 하나님이시다.

태양앙명 인중천지일(太陽昻明 人中天地一)"

사)국학원 원장(대), 전국 민족단체 협의회 상임 회장 원암 장영주

2013-01-14 16:53:39 / 김태동 기자(tdongk@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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