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동의 상권을 중심으로 사설 전화번호부 제작업체가 지역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광고료를 부당하게 청구하거나 계약자 몰래 돈을 빼가는 등 피해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

찜닭전문점을 경영하는 전 모(40)씨는 얼마 전 자신의 통장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전화번호부 광고료로 총 160만원이나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당초 계약한 광고료 48만원이 계좌자동이체로 인출된 후에도 매달 20~30만원씩 수차례 빠져나갔다.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해당업체는 이를 거부했다. "상담원과 통화한 내용이 모두 녹취되어 있으니 확인하려면 직접 찾아오라"는 말 뿐이었다.

이 모(29)씨도 같은 경험을 했다. 지난해 사제 전화번호부 업체에 30만원짜리 명함광고를 냈는데 이 업체는 이씨 모르게 13회에 걸쳐 광고료로 명목으로 210만원을 인출해 갔다. 업체에 전화를 걸어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말하자 지점장이 직접 찾아와 업무착오라며 환불조치를 약속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환불조치했다.

이처럼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은 대부분의 사설 전화번호부 제작업체들이 KT○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이들 사설 전화번호부 업체를 공기업으로 착각한 것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설 전화번호부 제작업체들은 바쁜 업무시간대를 이용해 자영업자들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광고 계약을 유도한 뒤 계약금액보다 많은 돈을 이중삼중으로 부과했다가 계약자가 항의하면 마지못해 돌려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자들은 사설 전화번호부 업체의 상호가 모 공기업과 비슷하고 영업에 바빠 특별한 확인 없이 걸려온 전화가 공기업의 전화번호부 광고로 인식하고 계약하는 등 사실관계를 확인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 업체에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는 밝혀진 것 외에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안동의 한 자영업자는 "영업이 한창인 시간에 계속 전화를 걸어와 얼떨결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기업과 유사한 이름을 사용해 잘 모르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고 속상해 했다.

특히, 한 사설 전화번호부 제작업체는 발간되지도 않은 전화번호부를 들먹이며 광고료를 매달 챙겨오다 올해 2월말이 돼서야 처음으로 책자를 냈다. 계속해서 광고가 나간 줄 알았던 계약자들은 나가지도 않은 광고에 금액만 지불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은 것이다.

이밖에도 이들 업체는 계약자들의 사전 동의 없이 통화내용을 녹음해 뒀다가 부당광고료 등 피해 사실을 안 자영업자들이 이를 환불을 요구하는 등 분쟁이 생길 경우 통화녹음 내용을 바탕으로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며 '배 째라'식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전화로도 계약이 성립될 수 있는 통신판매업의 특성을 악용한 것이다.

KT○ 안동지점 Y지점장은 "통신판매는 보험상품처럼 전화로 계약이 성립될 수 있다."며 "광고료 및 계약조건을 사전에 미리 공지했지만 계약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원은 "통신판매 특성상 계약이 대부분 전화통화로 체결되기 때문에 이를 재차 확인하기 힘들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 스스로 자동이체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통신판매라고 할지라도 추후 계약서가 작성돼야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있고, 광고시안 역시 광고주와 협의가 이루어진 다음 개제할 수 있으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실린 광고는 부당 거래"라며 "공기업인 KT에서 발행되는 전화번호부는 'kt전화번호부 SUPER PAGE'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관련사진>

공기업인 KT에서 발행되는 kt전화번호부 SUPER PAGE

2011-03-07 19:12:54 / 피현진 기자(mycart@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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