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는 제자들에게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 즉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푸름을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이는 어려움을 겪어 봐야 인간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평소에 입으로만 뇌이던 애군(愛君)이니 지조니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떤 사태에 직면해 봐야 그 참모습을 비로소 알 수 있다는 말씀이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늘 푸름을 은유하신 것으로서 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참모습의 지조를 강조하신 것인데, 최근 횡령 범죄 혐의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주)선비애'의 행실을 들여다보면 자꾸만 이 말씀이 떠오른다.

겨울이 된 뒤에도 푸르러 무성해야 할 소나무와 잣나무가 앙상한 본색의 가지를 드러냈다면, 그건 처음부터 소나무나 잣나무가 아니었거나 오래전부터 이미 병들어 있다가 겨울을 핑계로 스스로 고사한 것일 게다. 이는 푸름을 신뢰했던 사람들에게는 어이없는 '배신'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참담한 ‘테러’일 수밖에 없다.

(주)선비애는 영주시 민간위탁시설인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을 수탁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공모에서 선정된 자체가 지난 민선5기 집행부의 가장 큰 미스이자 미스터리로 치부되는가 하면 심지어는 국고보조금 지원을 담당하는 문광부 공무원마저도 "영주시가 잘못 선정한 것이다"고 우려했었다.

특히 보궐선거를 통해 영주문화원장을 역임하는 (주)선비애 대표이사 서 씨는 취임 당시 지방 유력언론으로부터 '영주문화원 사상 초유의 재선거란 불명예로 당선됐다'는 악평을 듣기까지 했다. 서 씨는 줄곧 불협화음과 비리논란 등을 일으켜 왔는데, 이런 주변의 우려와 평가는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가 선견지명이었다.

영주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은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영주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결과물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과 연접해 있다. 소수서원은 유교 국가인 우리나라에 성리학을 최초로 도입한 안향 선생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서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은 소수서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선비정신의 발상지인 영주시의 랜드마크이다.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을 민간에 위탁한 것은 시설의 관리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초 민간위탁 때는 선비촌은 관련 분야 국내 최고로 인정받던 '(주)예문관'이 맡았고 선비문화수련원은 우리나라 유교의 총본산인 성균관의 별도법인으로서 국내 최고의 인성교육 기관으로 평가받던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 맡아 운영했다.

당시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에는 상주하는 직원만 사십여 명이 넘었고 내국인은 물론, 외국 체험객들까지 넘쳐났으며 더는 수용인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프로그램이 풀가동됐었다. 또,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영주시 사회적기업 1호로서 노동부로부터 지원도 받았고 지금까지도 문광부로부터 (주)선비애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큰 성과를 이뤄놓았다.

특히, 한국 유림을 대표하는 성균관이 선비문화수련원을 위탁 운영함으로써 영주의 선비정신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정신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주)선비애는 공금을 빼돌렸다가 영주시 특정 감사에서 적발되고 십여 명에 불과한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강요하면서도 "돈이 안 남아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처지로 전락해버렸다. 왜일까?

민간위탁은 마치 꿀벌에게 꽃들의 꿀을 빨게 하는 것과 같다. 꿀벌은 달콤함을 따라 취하되 자신의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수분하는 매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어느 쪽 한 가지에라도 욕심이 앞선다면 꽃에서 꿀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주)선비애 대표이사 서 씨는 오는 8일 있을 영주문화원장 선거 후보자로 등록했다. 영주 선비촌과 선비문화수련원 위탁 공모 당시 서 씨는 '시민 주주'와 '향토 시민 기업'을 표방하며 갖은 공약을 내세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공모에 선정된 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누가 사업을 줬겠느냐? 사업계획서는 제출용일 뿐이었다"고 본색을 드러냈다.

국고지원금이 화수분인양, 최근에는 문광부로부터 지원받는 국고가 갈수록 줄고 있다며, 지난해는 7억, 올해는 6억, 내년에는 4억, 그리고 국고 지원이 아예 없어져 다음 사업자 때는 운영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횡설수설하고 있다.

이러고 있는 사이 성장을 거듭한 인근 지자체의 선비문화수련원은 올해 문광부로부터 (주)선비애보다 3배나 많은 국고지원금을 교부받았다.

사람은 참으로 어려움을 겪어 봐야 그 참모습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고품격을 부르짖던 지난 민선5기 집행부의 가장 큰 미스이자 미스터리가 낳은 배신과 테러는 섬김과 소통 행정을 실천하겠다는 현 민선6기 집행부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 보다. "겨울이 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잎이 푸름을 알 수 있다"고 하신 공자의 말씀이 요즘 더욱 새롭다. 얼마나 더 겪어야 할까?

2015-07-01 08:06:04 / UGN경북뉴스(yaho@ugn.kr)

UGN경북뉴스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