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산재한 234개 향교의 400여 개 서원 중 30개 향교·서원에 1,500만 원씩 나눠주고 몇 시간 교육하도록 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유교문화 진작이 가능할 것인가? 더욱이 급조한 사업을 총괄하는 단체의 설립 취지가 사업목적과 관련이 없고, 기초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서둘러 거액을 몰아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실제 정부 중앙부처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 이번 사업은 유교아카데미운영(8억 원)과 서원·향교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7억 4천1백만 원) 내용으로 다른 단체 국고보조사업의 예산 교부를 중단·전용한 것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종무2과가 지난 8월 29일 신규 보조사업자를 공모하기 이전부터 사업목적과 절차 때문에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종무2과는 19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이틀 동안만 신청을 받은 후, 9월 30일 발표도 없이 K학회를 국고보조사업자로 선정했으며 K학회에만 최종결과를 통보했다. 사업 시행에 필수적인 홈페이지 구축도 못 했던 K학회는 도메인을 개설하고 궁여지책으로 이전 사업자의 홈페이지에 링크해 사업 안내를 했으나, 발각되자 링크를 끊는 일까지 저질렀다.

종무2과 자문위원으로 행세하며 공무원들과 사업을 주도하고, 사업공고 전부터 친분이 있는 대학교수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업선정 대가로 간접비를 요구하는 등 사업계획에서부터 선정에까지 깊이 관여했다고 알려진 C씨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자문위원을 그만두었다.

해당 예산은 원래 서울 소재 S종단 산하 전국 향교·서원의 고건축물 시설개선과 경북 영주 소재 비영리 H법인 체험연수 운영지원을 위해 책정됐다. 올해 S종단 사건이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진행 중이던 향교·서원 시설개선 지원 사업을 유지재단에서 수행토록 요청해 종단에서는 이사회를 열어 수행 결의까지 했었다.

H법인은 S종단 사건과 관련이 없었지만, 종무2과는 S종단 사건과 아울러 H법인 원장 기소를 이유로 두 기관의 2013년 국고보조금 교부를 중단했다. 그러나 기소된 원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H법인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민간단체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었고, H법인 전 기획실장 R씨의 허위제보로 발단한 것으로서 법적인 명분도 없었다.

종무2과는 당시 국고보조금 교부를 요청하는 지역 여론에 맞서 재판 결과를 보고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이유 없이 수차례 말을 번복했고, 그 말만 믿고 국고보조금 사업을 계속 진행했던 H법인은 큰 피해를 보았다.

종무2과는 유교문화 진작의 필요성 때문이었고 K학회의 선정과 관련해서는 이 예산이 관광기금으로 조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그러나 관광관련 K학회는 이번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이다. 관광기금으로 조성된 것이기 때문에 K학회를 선정했다는 말은 공고 당시부터 사업자를 내정하고 있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H법인의 공금횡령으로 해고된 전 기획실장 R씨가 법인통장에서 빼낸 돈 일부가 충북 C향교 L씨의 계좌로 들어간 것이 H법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매년 H법인 시설에서 진행됐던 S종단 국고보조사업을 C향교가 주관했는데, C향교 L씨는 현재 문광부 감사부서로 자리를 옮긴 전임 종무2과장의 고교 절친 후배로 알려졌다. 종무2과에서는 C씨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당 사업 관련자들은 H법인 전 기획실장 R씨와 C향교 L씨, 자문위원을 그만둔 C씨 등이 그동안 문광부 종무2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유교 관련 사업 국고보조금 교부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는 이유 있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3-12-01 22:32:32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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