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리텍대학 영주 박선진 학장

대학가에 졸업을 늦추는 학생이 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학생 1만 명 이상의 대학 26곳에서 정규 학기를 초과한 장기 학적 보유자는 총 1만5000명에 달한다.

취업이 될 때까지 졸업을 미루는 이들 'NG(No Graduation)족'들은 이미 전체 대학생의 30%를 차지한다.

이들이 졸업을 늦추는 이유는 높은 대학진학률,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청년실업 고착화 등 구조적 요인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학력 실업자,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고학력 청년실업의 증가는 대학생의 졸업유예, 혼인과 출생아 감소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고 있으며, 상황이 악화하면 경제적 고통은 물론 국가 발전동력을 잃는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해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길러야 할 고학력자가 활동을 못 하면 실업 증가와 성장잠재력 하락이 맞물려 악순환을 형성한다. 그러면 경제가 장기적으로 붕괴의 함정에 빠진다. 실로 큰 우려는 근본 원인인 고학력 청년실업이 악화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해마다 50만 명 이상씩 쏟아져 나오는 대학 졸업생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거의 절반을 졸업유예자나 청년실업자로 누적시키고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고학력 인구의 실업을 늘린다.

우선 취업자는 장시간 일을 하지만 실업자는 시간제 일자리도 구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취업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163시간으로 OECD 34개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멕시코는 2,237시간으로 아주 근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용률이 구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때 근로자들이 여유 시간을 교육과 훈련에 활용할 경우 생산성이 높아져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또, 기준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면 정보화나 자동화에 의해 사라진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 현재 40시간으로 돼 있는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선진국 수준인 36시간 정도로 줄이고 초과시간 근무만 못 하게 해도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

한편 내수와 서비스 산업의 실질적인 발전정책이 필요하다. 이들 산업을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주도할 경우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더 나아가 교육제도를 바꾸는 일이 절실하다.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취업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대학의 전문직업교육 체제를 강화해 산업수요에 맞추는 것은 물론 졸업자들이 신산업을 대규모로 일으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스스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또한, 평생교육제도를 발전시켜 근로자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직업교육을 받아 이직과 창업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2015-07-22 21:32:19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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