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위나라로 갔을 때 제자인 염유가 수레를 몰았다. 공자는 "인구가 번성하는구나"라고 했다. 염유가 물었다. "인구가 번성한 다음에는 무엇을 더해야 하겠습니까?", "부자로 만들어 줘야지(富之)", "부자로 만든 다음에는 또 무엇을 더해야 하겠습니까?", "가르쳐야지(敎之)" '논어' 자로(子路)에 나오는 말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돼야만 교육도 가능하다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생활이 넉넉해지면 반대로 마음이 가난해져 이때야말로 교육을 통해 마음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도덕 질서에다 더 높은 가치관을 두고 먼저 그에 수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영주시를 상징하는 농·특산물 브랜드 '선비숨결'은 '프리미엄브랜드'라는 특수성 때문에 태생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전국 지자체로는 유일하게 7년 연속 국내의 브랜드 대상을 휩쓸었고 3년 연속 소비자선정 최고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명품 중의 명품 농·특산물 공동브랜드로 인정받았지만, 정작 지역 농업인들의 처지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았다.

특히, 영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 8개 제품 가운데 상위품질 10%를 엄선한 프리미엄 공동브랜드로서 처음부터 1%의 소비계층을 겨냥했기에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잘 세워낸 성공적인 브랜드라는 이면에는 90%의 농·특산물 판매를 위한 60여 개의 브랜드 관내 난립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기자가 여기서 공자의 말을 거론하는 원인이다.

최근 영주시가 새롭게 출시한 농·특산물 공동브랜드 '소백어람' 사용을 두고 절차를 문제 삼아 영주시의회가 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는 둥 이러쿵저러쿵 발목을 잡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뉴 브랜드 출시가 완료되기까지 의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어불성설이다.

기존의 '선비숨결' 브랜드 광고 간판이 일제히 철시되고 관내 자신들의 지역구에 '소백어람' 랩핑이 나붙기까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시의회가 그 정도의 정보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면, 아니 그도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건 오히려 직무유기가 아닌가? 지금 그렇게 한가로이 팔짱 끼고 절차나 따지며 "소백어람은 절대 못쓴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시는 관내 농·특산물 브랜드의 체계적 분석과 역량 진단을 통해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을 통한 공동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자 이미 20개 품목에 대한 포장디자인 단일화를 마무리했다. 시장지배력 강화 극대화가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주시의회가 굳이 절차를 문제 삼자면, 오히려 '선비숨결'보다 앞서 출시됐어야 할 '소백어람'이 대단히 늦었음을 질책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애초 1% 계층을 위한 프리미엄브랜드는 99% 계층을 위한 공동브랜드의 성공이라는 기반 위에 출시됐어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니었겠나?

'선비숨결'은 지역 농민들의 실질 과제인 소득향상이라는 보편적 '실리 추구'보다 대한민국 1% 계층을 위한 프리미엄브랜드로서 지역 주민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일깨워 내세우는 '교육적 만족'이라는 측면이 더욱 컸다.

물론, '선비숨결'이라는 프리미엄브랜드 파워로 인해 영주시가 생산하는 농·특산물의 가치 동반상승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난립한 브랜드를 통합하는 영주시 공동브랜드의 출시는 절실히 필요했던 부분이다. 영주시 프리미엄브랜드 성공에 이은 공동브랜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영주시 집행부와 의회는 움직이는 수레의 양립하는 두 바퀴처럼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비록 브랜드 출시의 순서는 크게 바뀌었지만, 머리를 맞대고 공동브랜드로서 '소백어람'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할 것은 개선하고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소위 잘나가는 프리미엄브랜드를 폐기하려는 영주시의 계획은 자칫 민선 지자체장이 바뀔 때마다 시도하는 치적 쌓기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 공약 관련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의회의 초강수는 더욱 꼴불견이다. 가슴에 새겨라! 쌀이 먹보다 우선이다. 쌀을 손에 쥐고 나서야 마음도 풍요로워진다. 공자가 주유천하 가운데도 수레를 모는 제자에게 인구가 번성하면 부자로 만들고, 부자로 만든 다음에야 비로소 가르치라고 말한 것도 결국 이런 점을 먼저 염려했기 때문일 게다.

2015-08-11 08:31:25 / UGN경북뉴스(yaho@ugn.kr)

UGN경북뉴스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