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Y 중학교 2학년 학생(13세)이 같은 반 동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16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 20층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경 휴천동 H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W 씨(41세)가 현관 앞에서 L 군의 변사체를 발견해 신고했으며, 계단통로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영주서장을 팀장으로 23명의 전담수사팀(영주서 18명, 지방청 광역수사대 5명)을 구성하고 학생, 학부모, 학교 관계자를 상대로 L 군의 자살 동기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하고 있다.

관계자는 "L군이 남긴 A4용지 1장의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힌 학생 2명의 실명, 괴롭힌 구체적인 방법과 최근 여의치 않게 불량서클에 가입하고 받은 심리적 모멸감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L 군은 평소 정서불안 증세를 보여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 병원과 학교 등에서 치료를 받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Y 중학교 교사 K씨는 "L군은 평소 말이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예의 바른 학생이었다. 지난해 5월 학교에서 시행한 정서 행동 발달심리 검사 결과 우울 증세를 나타내 부모와 함께 병원에 3차례 다녀왔다. 학교에서도 외부강사를 통해 8차례 원예를 통한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서에 기재된 동급생은 경찰조사에서 '재미로 어깨를 치며 장난을 쳤지만, 상대는 괴롭힘으로 생각할 수 있었겠다'고 진술하는 등 L 군은 이날 '학교에 조금 늦겠다'는 문자를 학교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족 측은 "아들을 두 번 죽일 수 없다"며 유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L 군의 유서에는 '지난달부터 같은 반 K가 수업시간에 뒤에서 얼굴을 만지고 뽀뽀를 하려 했다. 몸에 침을 발라 싫었다. 한 명은 진짜 나쁜 놈이다. 뒷자리에서 수업시간에 툭툭 처 뒤를 돌아보면 옆 사람이 그런 것처럼 행동하고, 미술 시간에는 붓에 물감을 묻혀 튀기고, 교과서를 빌려 낙서를 했다. 그놈이 자신이 만든 무슨 단에 가입하라고 해서 가입을 했는데 부하 같고 하수인 노릇으로 싫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2-04-16 22:32:20 / 김용호 기자(yaho@ugn.kr)

김용호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