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길안면 대사리 이른바 한절골마을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된 데 이어 올해는 자연생태체험이 가능한 녹색관광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발돋움 중이다.

환경부가 실시하는 자연생태우수마을 및 자연생태복원우수마을 지정제도는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었거나 훼손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를 적극 발굴해, 이를 지원·홍보함으로써 지역 주민 스스로가 환경을 보전·관리하는 국민적 자연보전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지난 2001년부터 시행중에 있다.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지난해 7월부터 약 3개월간 한절골에 대한 현지 확인 및 심사를 거쳐, 그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자연생태우수마을로의 승인을 최종 결정했다.

특히, 한절골은 이번에 선정된 전국 15개 마을 중 가장 높은 평점을 얻어, 대한민국 최고의 청정 무공해 지역이라는 명예도 함께 얻었다.

한절골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 현판 제막식 열려
자연생태우수마을 중 가장 높은 점수

▷ 4일 대사리 마을회관. 한절골 자연생태우수마을 현판     제막식 행사

4일 오후 3시 대사리 마을회관에서 남광희 대구지방환경청장를 비롯해 관계자 및 마을주민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자연생태우수마을 현판 제막식을 개최했다.

자리에 참석한 마을주민 중 남자는 유건(儒巾)에 하얀 도포를 갖춰 입었고, 여자는 아리따운 색동한복을 곱게 차려 입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촐하게 마련한 현판 제막식이 끝나자 대사리 주민들은 축하 퍼포먼스로 막대폭죽을 터트리며 자축했다.

귀농 11년차라는 이 마을 이장 김대익 씨는 한절골의 관광자원 활성화를 위해 허리띠를 단단히 묶어 맸다.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이란 결과도 김 이장이 지난 한 해 양 팔을 걷고 땀나게 뛴 노력의 결과였다.

김 이장은 "이번 일을 하면서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마을의 전통과 가치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며 "이 계기로 오히려 공부를 하게 된 셈"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한절골은 길안천이 협곡을 따라 흐르는 산간 오지마을이며, 길안면 남쪽에 위치해 있다. 

길안면사무소 사거리에서 영천방면 국도를 따라 12㎞ 정도 가면 왼쪽에 작은 도로가 나 있는데, 이 도로로 접어 들어서 2㎞ 정도 가면 대사리가 나온다.

지명에서 보듯 한절골이라는 우리 고유명칭을 한문으로 옮기면서 대사(大寺)라고 부르고 있으나,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여전히 한절골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주변지역에 모전석탑(경상북도 문화재 제70호)과 석탑 옆에 음각된 선인암(仙人庵), 흩어진 와편(瓦片)조각과 축대가 남아있다.

탑의 흔적은 뚜렷하지 않으나 마을 주민들이 탑등이라고 부르는 봉우리가 있고, 일부 과원에서 와편이 발견되었던 점 등에서 예전 큰 절이 있었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길안천은 다슬기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자연경관에 대한 훼손이 거의 없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 하늘다람쥐, 부엉이, 올빼미 등의 동물자원도 풍부하다. 서식 동식물의 개체군도 많고 다양해 생태계의 균형 또한 이상적이다.

또 한절골은 한절팔경(八景)이란 한시가 전해질 정도로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마을에 들어서자 마자 학소벽(鶴巢壁), 선유암(仙游巖), 백석강(白石강), 천상암(天上巖), 환성대(喚惺臺)와 같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위와 암석들이 보는 이의 눈길을 빼앗는다. 

▷ 선유암

▷ 옥류폭

▷ 천상암

특히, 이 마을 북쪽에 위치한 옥류폭(玉溜爆)은 냇가가 폭포를 이루면서 흐르는데, 튀는 물방울이 마치 구슬을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며, 벼락바우, 머리바우, 흰바우 등과 함께 한절팔경의 으뜸 중에 으뜸으로 꼽힌다.

전통 그리고 자연 ... 

이 마을 주민들은 예부터 매년 7월 중순이면 바쁜 농사일을 손에 놓고 한바탕 마을 잔치를 벌이는데 이를 '호미씻기'라고 한다. 안동에서는 이를 '풋굿'이라고도 부른다.

한절골 주민들은 이런 풋굿의 전통을 정기적인 환경보호활동으로 승화시켰다. 환경보전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 대사리 청년회·노인회·부녀회 등은 한절골 환경지킴이협의회를 조직해 정기적으로 농로변의 잡목 제거, 하천변 쓰레기 줍기를 실시하는 등 주민 모두가 환경파수꾼임을 자처했다.

한절골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을 곳곳에서 주변지세를 고려해 지은 친환경적인 건축물들을 자주 발견 할 수 있다.

▷ 친환경적 건축문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과 돌, 나무 등을 건축자재로 사용하다 보니 이런 친환경적 건축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다.

또 산간마을이라 상당수의 가정이 화목보일러와 전통온돌을 사용해 화학 에너지 사용 절감과 탄소발생량 감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절골의 생태관광마을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접근성이다. 안동시청에서 약 45㎞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안동역 앞에서 출발하는 28번 시내버스가 하루 3회 운행되는 게 고작이다. 이동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이러한 이유로 이 지역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교사들의 출퇴근 문제와 농가의 빈곤, 이농현상 등의 이유가 맞물려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할 수 없었던 것.

하지만 주민들은 이들 학교를 야호캠프라는 명칭을 붙여 지역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풍물팀을 결성해 온 마을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마을을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꽤나 적극적임을 엿볼 수 있다.

김 이장은 "마을주민들의 본업은 농사지만 겨울철 휴농기를 활용한 체험관광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 말했다. 또 "앞으로 정부와 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도내에서 이번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된 곳은 한절골을 비롯해 영양 대티골, 문경 창구리 등이 있으며, 지정기간은 3년이다.

              <관련사진>

2010-03-04 09:41:34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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