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중앙신시장 난전에서 나물장사를 한다는 권금화 씨. 권 씨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잃었다. 그때가 그녀 나이 4살. 아버지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아부지가 너무 일찌기 가뿌랬어. 국가유공자래도 나라에서 뭐 해주는 게 있어야제. 어매 혼자 우리 남매들 매겨살린다꼬 얼매나 고생했는지 몰래요. 그래도 다들 시집 장가 다 가고 잘 살고 있니더"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그녀의 미소에 세월의 회한이 묻어 있다.

권 씨는 6일 오전 충혼탑에서 열리는 제55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매년 현충일이면 찾는 이곳이지만 오늘따라 감회가 남다르다.

"얼마 전에 우리 군인들 마이 죽었잖니껴. 내 그거 보고 얼매나 가슴이 아프든동. 그래서 오늘 묵념할 때 눈물이 다 나디더" 그러면서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는지 먼 산을 한참 바라본다.

이날 오전 10시 안동시 정하동에 위치한 충혼탑 일대에서 열린 제55회 현충일 추념행사에는 약 2천여명의 국가유공자 및 유족, 관계자가 참석했다. 자리를 함께 한 각급 기관단체장 및 보훈단체장들도 모두 엄숙한 마음으로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일반 행사와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애국가가 4절까지 불려졌다. 싸이렌 소리에 맞춰 약 1분간의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이어졌고, 3260부대 123연대 장병들의 조총이 각 3발씩 3회 허공에 발사됐다. 아련하게 퍼지는 탄향이 60년 전 참호 속 그들의 고단함을 떠올리게 했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추념사에서 "경북도청이전을 목전에 둔 안동이 이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조국을 위해 목숨을 꽃잎처럼 바친 수많은 영령들 덕분"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민족의 미래마저 불안한 오늘날 나라사랑의 마음과 안보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동시립합창단에서 추념의 노래로 '비목(1967, 가곡 한명희 작사, 장일남 작곡)'을 헌가했고, 전몰군경유족회에서는 헌시로 '당신의 이름은 불멸입니다'를 낭송했다.

한 보훈단체 관계자는 "겨레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국군용사들의 충혼이 조국의 산하에 편안히 잠들기를 바라며, 그들의 나라사랑의 마음을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추념식은 약 40분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관련사진>

2010-06-06 11:24:14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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