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 맛이 너무 좋아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전어 대가리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을 전어의 맛은 일품이다.

올해는 전어 어장이 지난해 보다 보름 정도 빨리 형성되면서 자연산 전어가 풍어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조업 초기이고 자연산이라는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등으로 소비도 활발하지 않아 가격은 한때 ㎏당 2천원까지 떨어져 지난 해 같은 시기에 비해 가격 형성이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특히 다음 달부터 양식장에서 키우고 있는 양식전의 본격 출하가 예정되어있어 전어 값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자연산뿐만 아니라 양식 전어까지 풍어를 이루면서 값이 ㎏당 100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로 인해 양식 어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

하지만 내륙지방인 경상북도 전어 값은 서민들이 먹기엔 다소 부담스런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다.

30일 안동 신시장 전어 활어 가격은 5마리 기준 1만원선에서 ㎏당 2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지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는 가격차이가 난다. 산지에서는 가격폭락으로 어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고 내륙에서는 너무 비싼 가격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전어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해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어회는 한접시에 2만5천원 선, 전어구이는 1만5천원에서 2만원선, 전어회무침은 3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전어가 통째로 모습을 드러내는 전어회의 경우 한접시에 4~5마리 안팎이 나온다. 이때 자연산으로 제공된다 하더라도 순수 전어 값은 2천5백원인 셈이다.

회무침이나 회는 한 접시에 보통 3마리리 정도가 재료로 쓰인다. 접시 바닥에 깔린 천사채(물에 불린 당면같은 데코레이션)나 무값을 뺀다면 전어값은 자연산을 쓰더라도 1천3백원 선이다.

이런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그동안 많이 지적되어온 고질적인 유통과정에 기인하고 있다.

산지에서 ㎏당 2천원에서 비싸야 5천원 선에서 경매를 마친 전어가 여러 단계의 도·소매 경매를 거치면서 최종 소비자들에게 오기까지 뻥튀기가 되는 것이다.

전어를 다루는 식당이나 활어집 주인들은 '전어는 가을 한철만 나오는 '별미'라 평상시 보다 다소 비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식가들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합리한 유통구조의 폭리를 그저 한철 별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적정한 이윤을 붙여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등한시 한다면 가장 먼저 전어가 죽고, 전어 잡이 어민이 죽고, 그 다음엔 음식점 주인이 죽을 수 있다.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가을전어를 '국민의 가을 별미'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진정한 '서민의 별미'로 거듭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관련사진>

2008-08-30 22:57:43 / 피현진 기자(mycart@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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