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스런 날이다.

학교방문과 선물을 사절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미리 보내보지만 괜한 오해를 하지 않을까 두렵기만한 교사. 선물을 보내란 말인지, 보내지 말란 말인지 진짜 의도가 헛갈리는 학부모. 그래서 이 둘은 스승의 날만 되면 항상 불편하다.

스승의 날의 기원은 책거리라는 풍습에서 찾을 수 있다. 본래 책씻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책거리, 책례 등으로 불린다. 예로부터 서당에서 아이가 책 한 권을 다 읽어 떼었을 때 친구들과 함께 자축을 하는 일종의 의례행위인데, 스승의 노고에 대한 답례의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 지금의 졸업식과 입학식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의미는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학교를 찾은 부모는 아이의 학문적 성장에 대해 스승에게 인사하며 그 은혜에 진정으로 감사를 표한다.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 그 인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풍습은 얼마 전까지 이어져 왔다. 스승의 날이 되면, 학부모는 아이를 보살펴 주는 노고에 대한 답례로 양말 한 켤레, 담배 한 갑과 같은 작은 성의를 표시했다. 책거리 풍습이 이어져 내려온 일종의 우리네 좋은 미풍양속인 셈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학교에는 엄마들의 극성스런 치맛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기 아이 잘 봐달란 뜻에 온갖 고가품이 금빛 종이로 포장됐다. 스승의 날은 어느새 '선생님께 선물 주는 날'로 바뀌었다. 마음을 담은 선물상자는 온데간데 없고, 뇌물성 촌지만 들끓었다.

이는 극심한 저출산이 그 원인이란 분석도 있다. 8~90년대, 평균 결혼연령이 점차 높아지면서 부모들은 기껏해야 한 명, 많아봤자 두 명이 자녀계획의 전부였다. 저출산 문제는 극심한 교육열로 표출됐고, 부모들의 삐뚤어진 아이사랑은 결국 교사에게 건네는 봉투가 그 몫을 대신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한 교육계의 노력도 있었다. 학기 중에 있는 스승의 날을 겨울방학이나 종업식 직전인 2월로 옮기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가 다른 학년으로 올라가는 마당에 학부모가 교사에게 궂이 선물을 전달할 일은 없을 것이란 예측에서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한 국회의원이 이러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과 교육계 일부의 반대 목소리 등을 이유로 사안은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동교육청도 몇 년 전부터 스승의 날 행사 없이, 자체적으로 관내 교직원들이 한 데 모여 간소한 체육대회를 연다. 종목이라 봤자 학교 대항 배구시합과 윷놀이대회가 전부다. 안동교육청은 15일 오전 안동길주중학교에서 안동교육가족 한마음체육대회를 개최하고, 교사 간 친목을 도모했다.

안동교육청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안동만이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스승의 날이 주는 부담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덕분에 학부모들은 이날 아주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교육열을 부추기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가 물론 좋기야 한데, 예전 스승의 날 아침 조회 시간에 반대표로 나가 선생님 가슴에 꽃을 달아드렸던 추억이 무척 그리워 지기도 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 했던가.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학교의 몫이다.

※ 스승의 날은 1958년 5월 8일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이 세계적십자의 날을 맞아 병환 중인 퇴직 교사를 위문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이후 서울과 전주 등지에서 청소년 적십자단의 각 도대표가 모여 회의를 열게 됐고, 이를 계기로 1963년 제12차 청소년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에서는 5월24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기념할 것을 권장했다. 은사의 날을 1964년 스승의 날로 명칭이 변경됨과 동시에 날짜도 5월26일로 바뀌었고, 또 다시 1965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게 됐다.

                  <관련사진>

2010-05-15 23:04:49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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