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4일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부근 도로변 풀숲에서 20대 여성의 싸늘한 사체 한 구가 발견됐다. 이 20대 여성은 문경에 거주하는 대학생 Y씨로 밝혀졌다.

지난 1월 6일 밤12시경 Y씨는 이날 집에서 입고 있던 체육복차림으로 단돈 3천원을 들고 '친구들을 잠시 만나러 나간다. 돌아올 때 순대를 사오겠노라'며 밖으로 나가 그 후 연락이 두절됐다.

Y씨는 이날 평소 만나달라며 문자를 보내온 P씨(24)를 만나 함께 술을 마셨다. 그 후 P씨는 Y양을 여관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으며, 이에 Y양이 '신고하겠다'고 하자 얼굴 등을 마구 때리고 급기야 목을 졸라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그 후 P씨는 Y양의 사체를 들고 몰래 여관을 빠져나와 자신이 몰고 다니던 택배차량에 사체를 싣고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부근 도로변에 버리고 달아났다.

Y양의 가족들은 밤이 늦도록 Y양이 돌아오지 않자 연락을 취했으며, '지금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다'는 Y양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 후 핸드폰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사건 다음날 Y양의 가족들은 평소 P씨가 Y양에게 만나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협박을 해온 사실 등을 미뤄 납치나 실종으로 보고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다.

범행 직후 대구로 달아난 P씨는 자신의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걸었으며, 사건 발생 일주일 후 대구를 거쳐 충주로 달아난 P씨는 Y양을 죽이고 시체를 내다버렸다고 문경경찰서에 전화했다.

하지만, 이미 경찰은 P씨의 신원파악이 다 된 상태였고, P씨의 전화위치가 충주시외버스터미널 근처임을 확인하고 일대 PC방을 수색, P씨를 긴급체포하는 한편, Y양의 사체를 찾았다.

결국, 집을 나간지 일주일 만에 Y양은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에게 돌아 온 것이다.

한편, 사건 접수를 받은 문경경찰서는 수사에 착수, 지난 1월15일 평소 알고 지내던 여자 후배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P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발표했다.

P씨는 여자후배인 Y씨와 문경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여관으로 들어갔고 성폭행 후 말다툼 끝에 Y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하지만, Y씨의 가족들은 경찰의 이 같은 발표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P씨와 고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다."며 "고인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 물건을 구입했고 택배기사 일을 하던 P씨가 물건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이다."고 말했다.

또, "고인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 낸 P씨가 밤낮으로 만나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었고, 고인이 이를 거절하자 '만나주지 않으면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정황 등을 미뤄 유족들은 납치·실종사건으로 신고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주지 않고 단순가출사건으로 처리해 소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다음날, Y씨가 연락이 되질 않자 유족들은 경찰을 찾아 P씨로부터 Y씨가 협박을 받고 있었던 모든 상황을 진술하고, 또 고인의 실종시간과 P씨가 잠적한 시간이 거의 일치한 점 등으로 미뤄 납치나 실종사건이라고 경찰에 주장했다.

대구에서 P씨가 자신의 친구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걸었을 당시 유족들은 다시 경찰을 찾아 실종이나 납치로 수사할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여행 간 것이 아니냐', '생사는 확인했으니 곧 돌아올 것이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들은 '단순가출사건을 어떤 경찰이 수사를 하겠느냐'며 급기야 3일 밤낮으로 문경, 상주, 대구 등지를 다니며 Y양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

또, 유족들은 "P씨가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전화를 걸어 자수 아닌 자수를 했기 때문에 검거됐고, Y씨의 시체도 찾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만약 P씨가 고인을 납치해 데리고 다니다가 살해했으면 어찌 될 뻔 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찰은 "처음부터 고인에 대해 소극적으로 수사를 했다는 유족 측의 이야기는 말도 안 된다."며 "사건이 접수 될 당시 정황 등을 미뤄 가출사건으로 접수는 됐지만, 실제 수사방향은 납치나 실종에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2009-01-16 21:08:27 / 황준오 기자(joon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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