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가 보급한 계영배(보급형)

영주시 보건소에서는 4일,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과 과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절주잔(節酒杯) 계영배(戒盈杯)를 관내 모범음식점에 보급했다.

절주잔 계영배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잔으로서 술을 70% 이상 채우면 술잔 아래의 구멍으로 술잔의 술이 전부 흘러내리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계영배(戒盈杯)'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옛 사람은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기 위한 '의기(義器)'로 사용했으며, 이를 위해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도 불렀다.

영주시 보건소가 보급한 계영배(보급형)에는 '오늘은 여기까지… 영주시 보건소'라는 절주 권유 문구가 선명하다. 

영주시 보건소에서는 2008년 시범사업으로 우선 관내 모범음식점 76개소를 대상으로 절주 잔(계영배)을 6개씩 보급하고 술로 인한 폐해를 알리며 시민들로 하여금 절주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2003년부터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음주체험 고글(술을 마신 것 같은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안경)을 활용한 가상 음주체험, 절주 서명운동 등으로 다양한 절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시행한 설문조사결과에서는 영주시의 음주율이 62%로 전국평균 78.4%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지속적인 영주시 보건소 절주사업 홍보의 결과로 평가받았다.

영주시 보건소 임무석 소장은 "계영배는 술잔이 가득 차면 저절로 모두 비우고, 70%만 채웠을 때 제 기능을 하는 술잔이다."라며 "한쪽이 약간 짧은 가느다란 n자 형태의 관을 내부에 만들어 중력을 이용하는 과학적인 원리의 잔이다."라고 설명하고 "영주시에서는 건강 음주법 등 다양한 홍보의 지속적적인 시행과 2010년 건강수명 72세를 목표로 금연, 운동, 영양, 절주사업 등 모든 시민들이 행복할 수 있는 건강증진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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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戒盈杯)'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한다.

공자가 환공의 사당을 찾았을 때, '계영배'를 보고, 생전의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하던 '의기(義器)'를 보았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환공은 이를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 불렀고, 공자도 이를 본받아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 술잔을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1779∼1855)이 늘 옆에 두고 과욕을 다스리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큰 재산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지역 차관보가 베이징회담에서 과다한 요구를 제시하는 북한 측에게 과도한 욕심을 버리라고 술잔을 비유 들어 설득했는데, 이 잔이 바로 계영배이다. 이 술잔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의 계영배 선물은 외교가에 소문이 나있다.

또, 굴지의 삼성그룹임원에서 농심의 최고혁신경영가로 자리를 옮긴 손욱 회장도 사무실 책상 옆에 이 술잔을 두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계영배는 술잔이 가득 차면 저절로 모두 비우고, 70%만 채웠을 때 제 기능을 하는 술잔입니다.

더 채우려고 해도 도저히 채울 수 없는 신비의 잔이지요. 회사는 스스로 70%밖에 채울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나머지 30%는 고객이 채워주는 겁니다.

겸손해질 수밖에 없지요. '시장 앞에 겸손해야 한다.'라는 게 일등 회사가 혁신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손욱 회장은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농심의 경영철학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계영배는, 넘치면 곧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이 되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여 자기의 분수에 맞는 삶을 자족할 줄 아는 지혜가 담긴 교훈적인 그릇이다.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다가 자칫 모든 것을 읽고 후회할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계영배는 원래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들이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다던 의기(義器)에서 유래했다.

공자도 이를 항상 곁에 두어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하니, 욕심이 화의 근원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조선시대에는 도공 유명옥이 이 잔을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유명옥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요에서 스승도 못 만든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었으나, 그 후 유명세로 방탕하게 생활하다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에야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한다.

거상 임상옥은 이 잔을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으로 표현했다.

즉,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뜻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항상 담아야 할 좌우명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과욕으로 넘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큰 계영배를 하나 만들어서 세상 사람 모두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높이 달아 놓았으면 좋겠다. 

2008-08-04 18:57:12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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