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장마도 끝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로 심신이 지칠 때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休'일 것이다.

▷영주 소백산 전경

나무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본다는 뜻을 담은 '휴', 이를 찾고자 산으로, 들로, 바다로 일탈을 꿈꾸는 계절을 맞아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쉬고 싶다면, 전통과 현대가 함께 호흡하는 여행지 '선비의 고장' 영주를 추천한다.

▶가까운 도시, 최고의 재미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집을 나선 곳,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되면 휴식이 아니라 전쟁을 치르기가 일쑤다.

▷영주 문수 수도리

이럴 때는 조용한 도시에서 최고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여행지를 찾는 것이 제격이다. 영주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 선비들과 물건 파는 상인들이 소백산의 죽령을 넘나들었던 길목으로 유명하다.

기차 노선인 영동선과 경북선은 지금도 강릉과 김천을 이어주고 있고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영주는 서울, 강원, 영남권을 잇는 사통팔달의 요지가 됐다.

영주는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30분, 교통 체증 없는 중앙고속도로 덕분에 영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최적의 관광지다.

▶고풍스러움과 전통이 깃든 사찰과 서원 여행

전통이 어려 있는 곳을 지나칠 때면 특별한 느낌이 묻어난다. 그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정취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영주 선비촌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영주에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조선시대 성리학 산실인 소수서원, 하룻밤을 지내며 옛 선비들의 생활을 체험하는 선비촌, 유교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수박물관,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꼽히는 부석사의 무량수전 등은 전통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한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하는 '休'

계절에 지친 심신을 휴식하기 좋은 곳으로 산 좋고 물 맑고 하늘 높은 곳, 그곳에 대나무가 많은 시내라고 해서 이름 붙은 죽계천이 있다.

▷죽계천에서 다슬기 잡는 모습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해 영주 순흥 마을을 휘감아 낙동강 상류로 굽이치는 물길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죽계구곡은 퇴계 이황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던 비경 중 비경으로 안축 선생이 읊었던 죽계별곡의 무대이자 조선 중기 주세붕 군수가 자연경관을 감탄하며 시를 읊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옛 선비들이 사랑했던 비경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계곡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울창한 숲, 그 사이로 보이는 하얀 바위가 인상적인 죽계 구곡은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여름에는 꼭 한 번 찾아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함께 걷기 좋은 길

요즘 제주 '올레' 길이 유명세를 타며 각광받고 있지만 멀리까지 떠나지 않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마냥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영주 소백산 능선길

영주에는 조선시대,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중심이 되었던 옛길인 영남대로 중 가장 넘기 어려운 구간이었던 죽령옛길이 자리하고 있다.

금의환향(錦衣還鄕) 하기를 꿈꾸었을 선비들과 이 길을 따라 이어졌을 수많은 선조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 소백산 죽령옛길은 소백산 '자락길'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산을 오르는 재미와 옛 선비들이 넘나들었던 길을 체험하는 남다른 감회를 안겨준다.

또 하나의 걷기 좋은 길로 소백산 도솔봉 기슭에 있으며 삼림욕과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딱 좋은 곳인 옥녀봉 자연휴양림을 꼽는다. 아늑한 자연의 편안함을 느끼는 산책로와 함께 방갈로와 야영장, 취사장, 샤워장 등이 갖춰져 있어 여행의 불편함을 전혀 찾을 수 없다.

2009-07-28 19:36:23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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