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무 옹

경북 영주에서는 11일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백발이 성성한 耳順의 할아버지가 손자뻘 학생들과 나란히 졸업장을 받아 화제다.

올해 77세의 송병무 옹이 영주제일고등학교(교장 강성해) 제62회 졸업식 행사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은 것.

영주시 소백산 자락 단산면에서 축산업을 하는 송 옹은 1948년 7월 영주제일고의 전신인 영주농업중학교에 입학해 3학년 졸업을 한 달 앞두고 6.25전쟁을 맞아 만 16세의 어린 나이로 청년방위대에 입대했다.

3년 9개월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으나, 그간 아버지는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기울어진 집안 살림을 꾸리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느라 자신의 복학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정의롭게 살아라', '나라에는 충성을 다하라'라는 학교의 가르침에 따라 지금까지 농촌 일에 열심을 다하며, 지역사회에 헌신(단산정화위원장, 농촌지도회장, 농협이사, 단산면 체육회장) 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됐지만, 학업에 대한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어 모교의 졸업생으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동창회를 통해 본교에 알렸다.

학교 측은 이날, 전례가 없던 일이라 수차례의 면담과 실사 등 협의를 거쳐,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고귀한 뜻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송 옹에게 본교의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송 옹은 "모교의 교복을 차려입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학생들과 함께 졸업장을 받는 기분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라며 "졸업은 내 일생의 소원이기도 했지만 못난 자식 걱정하시다가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의 맺힌 한을 풀어드리는 길이기도 했다."라고 했다.

                   <관련사진>

2010-02-11 20:50:07 / 김용호 기자(yaho@ugn.kr)

김용호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