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가 지난 12일 야심 차게 공표한 '한국연구재단 공모 "인문학 도시" 지정'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다.

이번 일은 '측근'이라 불리는 일부 간부공무원이 공적에 급급해 지자체장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도 모자라, 더 나가 시민을 상대로 벌인 어처구니없는 사기극으로 조명되고 있다.

당시 시는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의 공모에 참여해 '인문학 도시'로 최종 선정됐다는 보도 자료를 언론에 제공했으나, 이는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이 공모한 '2013년 시민 인문학강좌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관은 영주시가 아니라 동양대학교 교양학부였다.

시는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6개 기관 컨소시엄 대상자에 불과했지만, 보도 자료를 통해 공모 선정에 따른 사업 주체로 둔갑시킨 것은 물론, 사업을 추진하는 동양대학교를 마치 협조자인 것처럼 호도했으며 각 언론매체는 이를 앞다투어 그대로 보도했다.

동양대학교는 지난해 선정된 '풍기문란! 희망을 찾는 콘서트 인문학' 과제가 우수 사업으로 평가돼 2년 연속 선정됐으며 올해는 '2013년 시민 인문학강좌지원 사업' 공모에 '영주씨! 인문학에 바람났네!-미래로 가는 선비, 인문도시로 부활하다'라는 과제로 참여해 인문학 대중화 사업 '유형 3'에 선정됐다.

'유형 3'은 지자체가 협력하는 사업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시민의 자긍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며, 동양대학교를 비롯해 부산시 해운대구 소재 동서대 임권택 영화연구소, 광주 광산구 소재 전남대학교, 통영시 소재 경상대학교, 수원시 소재 경기대학교 등 5개 기관이 나란히 선정됐다.

한편, 13일 오전, 시가 배포한 자료가 사실과 크게 달라 언론의 시청 담당 부서 취재가 시작된 상황에서도 담당부서장은 휴대전화를 끄는 등 언론과 접촉을 회피한 상태에서 시장실로 먼저 올라가 보도 자료가 사실인 것처럼 보고했다.

특히, 담당부서장은 언론으로부터 전말을 지적받은 영주시장의 재확인에도 시의 '인문학 도시' 지정은 사실이라는 허위보고를 되풀이하는 한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사업 목적을 예로 들어가며 보도 자료는 문제없다는 왜곡된 주장을 계속했으며 배포한 보도 자료에 대한 아무런 후속 조치도 하지 않았다.

간부공무원 Y씨는 "수일 전부터 담당부서장이 인문학 도시 지정을 받았다고, 치적으로 자랑했는데, 자신은 시장을 돕는다고 생각했겠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이런 행동은, 결국 시장의 등 뒤에 비수를 꽂은 결과를 낳았으며 시청 공무원 전체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주민 K씨는 "시민으로서 '글로벌 인재 양성특구 도시', '평생학습도시', 여성친화도시' 등에 이어 '인문학 도시' 지정에 큰 자긍심을 느꼈으나, 거짓이라는 사실에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근본 문제는 사람이 아닌가? 애초 시민을 거짓으로 기만한 것도 문제지만, 거짓 보고임을 알고 나서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다"라고 했다.

2013-08-20 21:11:58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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