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영주시 일부 간부공무원들이 거액의 국고를 보조받는 민간 법인기업의 운영권을 빼앗으려 서로 짜고 대외비로 작성한 '괴문서' 존재 의혹이 불거져 말썽이다.

국고 횡령으로 조명됐던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사건의 배후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많은 의혹이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접 거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8월 5일 영주시청 제2회의실에서 서울 명륜동 소재 성균관을 대상으로 열린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협약해지 관련 ‘비공개 청문’ 녹취록을 본보가 최근 입수하면서 실상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청문 당시 영주시 K 국장은 모두 발언에서 문광부 종무 2과 L 사무관의 이름까지 거명했으며,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 대한 가칭 '비대위'가 열렸고 문광부에서 영주시로 보낸 회의록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음을 밝히는 한편, 비대위는 '대외비로 했다'고 언급했다.

K 국장은 청문 당시 '문광부에서 운영진을 개편해 달라, 의혹 담당자를 전원 배제해 달라, 직원인사는 합리적인 직제로 객관성 있는 조직으로 보완하라고 요구했고, 이렇게 해서 운영개선 방안으로 내놓은 게 내부적 인사와 재정, 시설·장비 등의 현황을 작성해 운영규칙에 대해 개선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했다.

특히, 향후 세부 일정까지 계획했음을 밝혔는데 '운영인건비를 목적사업비에 편성해서 안정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관과 협의하라. 3월 4일 1차 안건보고를 해서 3월 12일까지 모든 것을 완료하고 3월 13일 보도 자료를 배포해 유교신문에 3월 15일 자로 게재한다. (원장을) 3월 6일 추천하고, 3월 10일까지 인수인계하며, 신규 원장을 3월 11일 임명한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운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L 원장에 대한 기소는 수련원의 보조사업과 관련이 없어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의 이유도 분명하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런 정체불명의 비대위를 구성한 것은 사단법인 한국선비문화수련원 L 원장이 기소됐음을 기화로 연차 계속 사업으로 시행되는 국고보조금지원의 중단을 압박 수단으로 삼아 자신들 임의로 원장과 운영진을 교체하려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K 국장은 실제 영주시 전 국장 출신 A씨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신규원장으로 추천하고 이력서를 전달했으며, 이 때문에 문광부는 여의치 않으면 제삼의 민간단체에 국고를 전용·집행하려는데 목적을, K 국장은 자신이 퇴직한 후 A씨의 뒤를 이은 후임 원장 자리 확보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K 국장은 '비대위'에 성균관 관계자도 참석했다고 했지만, 참석 대상자가 누구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반면, 성균관에서는 매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슨 비대위 소리냐?"며 지금까지 의혹과 함께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K 국장의 청문 발언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성균관과 영주시는 지난 2010년 12월 7일 순흥면 청구리 377번지 소재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 운영협약을 체결했다. 기간은 2011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이다. 올해 영주시는 성균관 전임관장의 실정법 위반과 수련원 운영을 위임받은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 L 원장의 기소 등을 이유로 청문을 시행하고 8월 29일 성균관에 위·수탁 협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행정심판위원회는 10월 4일 집행을 정지시켰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전 기획실장 R씨(55세)의 허위제보로 시작해 그간 1년 반을 지루하게 끌어오던 수련원 업무상횡령 사건의 공방은 지난 17일 대구지법 안동지원이 수련원 원장 L씨(54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사건 기간 있었던 의혹들의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파문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공무원 A씨는 "K 국장은 청문에서 밝힌 정체불명의 비대위 대외비 문건을 즉각 공개해 문서의 존재와 사실 여부를 반드시 가려야 할 것"이라며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운영주체인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비영리법인 민간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으로서 정부나 지자체가 국고보조금 지원을 빌미로 인사와 운영에 대해 관여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3-10-27 17:54:58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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