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가 행정처분을 원인으로 서울 명륜동 소재 성균관에 통보한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운영 협약해지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세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는 올해 8월 5일 청문결과에 따라 8월 30일 위·수탁 협약해지를 통보했다고 했으나 애초 협약해지 관련은 청문 대상도 아니었고 행정처분의 대상 또한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는 지난 15일 성균관에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운영 협약해지에 따른 제반사항 이행 독촉' 내용증명을 보냄으로써 지금까지 해지와 관련해 시행한 일체의 조처들이 효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말았다.

내용증명 자체 또한 법적 효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내용증명은 우편물의 기재 내용을 소송상의 증거자료로 삼기 위해 이용하는 제도로서 발송내용의 진실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문서 발송의 확인이다. 영주시가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면, 행정상 실수에 따른 책임 면피를 위한 심리적인 대외 홍보용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 당사자 간 동등한 계약자 입장에서 이뤄진 협약의 해지는 어느 한 쪽의 이의가 있으면 소송을 통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으로서 협약해지의 일방적인 통보는 법률적 이해가 부족한 영주시 공무원들이 벌인 해프닝에 불과하며 통보만으로 협약해지가 성립한 상황은 아니라고 법조인들은 조언하고 있다.

또한, 영주시는 지난 10월 31일 성균관의 행정심판청구 취소를 이유로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재산(비품류 포함) 반환을 위한 위·수탁재산 점검일정을 통보했다. 국장 전결인 이 공문에는 점검 당일인 11월 11일 성균관과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 관계자의 참석을 요구했지만, 실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성균관이 이를 이행해야 할 하등의 법적 의무가 존재하지 않은 데서 기인했다.

성균관은 영주시의 위 공문과 내용증명에 대해 11월 7일 내용증명을 보내, 협약의 내용은 행정처분의 대상이 아니므로 통보 내용에 대한 이행의 의무가 없고, 협약해지는 동등한 권리를 가진 계약자 간의 민사소송 대상임을 밝히는 한편, 행정심판청구의 취소는 영주시의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으려는 조치였을 뿐, 영주시가 협약해지를 원한다면 그에 합당한 선행절차를 이행해 주기를 정중히 요청했었다.

영주시가 이제 할 수 있는 조처는 민사소송 제기만 남았다. 그러나 해지사유도 사실과 다름이 밝혀져 섣불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고, 면피를 위한 억지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장기간 명도를 받을 수도 없다. 영주시는 진퇴양난으로 계약만료시점인 연말까지 몇 차례 더 내용증명만을 보내며 오히려 시간을 벌어야 할 상황이다.

한편, 양 기관이 행한 일련의 조치는 시의 행정능력 부재와 품격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지역민은 재차 성균관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에 대한 깊은 애정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시장이 과정과 내용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전결권자의 속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며 이참에 합리적이지 못한 시의 국장 승진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림 K씨(67세)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사건은 운영권을 노린 자들이 주인공인 한 편의 막장드라마였다. 사리에 눈먼 자들과 여기에 고위간부공무원인 국장까지 분별없이 나서서 방점을 찍고 말았다"며 "이제라도 영주시는 지금까지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는 것과 아울러 성균관에 사죄하고 협약해지 통보 철회를 통해 선비 도시의 도를 돌이켜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최선의 방안이다"고 했다.

2013-11-20 18:25:48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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