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가 지난 8월 30일 성균관에 영주 선비문화수련원 위·수탁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5일 청문의 결과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주시가 위·수탁 계약 기간 만료를 4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청문하고 협약 해지 통보를 한 데 대한 의혹이 부풀고 있다.

행정심판법에서는, 협약 해지 처분에 대해 이의가 있을 때,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 청구를 하고, 행정심판위원회는 60일 이내에 재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지 통보에 대해, 성균관이 이의 제기를 하면, 영주시는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해지 처분의 실익이 없다. 그럼에도, 영주시는 행정절차법상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청문을 강행하고, 처분의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해지 통보를 서둘러 버렸다.

애초 지난 청문은 영주시가 청문주재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규정한 행정절차법을 지키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청문사전통지서를 받은 성균관은 행정절차법에서 따라 청문 공개를 신청했으나, 성균관은 청문주재자로부터 답변 공문을 받지 못했다. 그 대신 청문 공개를 거부하는 영주시 주민생활국장 전결 공문이 전달됐고, 이 공문에는 청문주재자가 협조자로 전락했을 뿐이었다.

이와 관련해, 공개된 청문 조서와 청문 녹취록을 보면, 주민생활국장은 청문 비공개가 청문주재자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니라, 자신이 시장과 논의해서 결정한 것임을 밝히고 있어, 절차상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생활국장이 시장까지 언급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청문 비공개는 주민생활국장이나 시장이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한, 주민생활국장은 비공개 결정이 영주시에 득 될 것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러 정황에는 실제 영주시로서는 청문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영주시가 증거라고 제출한 것이 청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들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결정에 따라 반론보도까지 이루어진 일명 '술장사 보도' 관련 내용을 증거라고 내놓은 것이나, 담당공무원이 작성한 협약 해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영주시의 내부보고서를 증거라고 황당하게 내놓은 게 그것이다.

황당한 일은 그것만이 아니다. 일례로 영주시는 '처분의 원인이 된 사실'로 성균관이 명덕관 마루에 전기패널을 설치해 화재사고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적시했는데, 정작 청문에서 밝혀진 것은 성균관이 설치한 게 아니라 영주시가 지난 2009. 3. 24. 설치했다는 것이다. 전기패널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궁색한 일이지만, 시 측이 설치해 놓고도 문제 삼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앞서 영주시는 시비를 들여 수련원의 천연염색장을 설치해 놓고 스스로 신고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불법시설물이 되도록 했다. 천연염색장 철거 당시 수련원 측은 교육장 부족으로 철거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철거를 하지 않으면 시장이 고발을 당하고 감사원 감사 청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해당 부서의 읍소에 수련원 측은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허락한 일이었다.

영주시로서는 청문을 공개할 수 없었던 것이 공정해야 할 청문 과정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고, 주민생활지원국장이 수탁기관의 인사에 개입하는 등의 사실이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련원 운영 주체인 (사)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전면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정작 해지 통보를 한 영주시 입장에서는 철수를 못 하게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관계공무원은 "시의회의 시정 질의에 업무 파악 미비로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한 사태가 엉뚱하게 흐르자 청문과 해지 통보로 비난을 모면하는 한편, 해지 통보를 하더라도 이의 제기로 계약 기간 만료일까지 끌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꼼수를 쓴 것밖에 안 된다"며 "이제는 선비의 도시라는 명칭을 쓰는 것조차 부끄럽고 사치스러워졌다. 만약 성균관이 철수라도 하면 향후 5개월여 동안 수련원은 문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2013-09-01 19:21:47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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