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2단독(재판장 이혜란 판사)은 지난 17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횡령사건에 대해 원장 L씨(54세)에게는 무죄를, 전 기획실장 R씨(55세)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함으로써 1년 반이라는 그간의 지루한 공방을 마감했다.

재판장은 "피고인에 대한 강사비의 명목 국고보조금에 대한 업무상횡령 및 사기, 각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은 무죄"라며 "각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그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해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해 무죄부분 판결요지를 공시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31일 L 원장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했으며 7월 18일 결심 구형 후 재판을 재개, 공소장을 2차례 변경하고 선고 때까지 3차례 속행을 해가며 유죄를 입증하려 했으나, 결국,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구형 당시 검사는 공소사실에 반하는 피해자를 특정했지만, 이미 자리를 옮긴 수사검사의 공판카드에 기재됐던 1년 6개월의 양형을 그대로 따랐다.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은 지난해 3월 9일 자체감사를 통해 당시 기획실장이었던 R씨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되자 4월 R씨를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이에 대한 소명이 없자 5월 해고했다. 이번 사건은 대기발령을 받게 된 전 기획실장 R씨가 4월 2일 경찰에 원장 L씨가 강사비 1억 2천만 원을 횡령했다고 허위제보를 하면서 발단이 됐으나 R씨는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됐다.

어처구니없는 허위제보로 인해 긴 시간 수사와 재판, 고소·고발 등이 이어졌으며, 그동안 R씨와 친분 있던 A 일보 L 기자를 필두로 사회적 기업으로서 노동부 일자리창출사업을 시행했던 수련원에 재취업 못한 데 불만을 품은 일부 지역주민 강사, L 기자와 동기인 A 시의원 등은 L 원장 개인은 물론,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전국적인 조롱거리와 파렴치범으로 만들고자 문제를 제기하는데 극구 앞장섰다.

이날 재판정에 L모 기자는 R씨와 함께 원장을 매도·고발했던 전 직원 K씨 등을 대동하고, 그간의 허위보도에 따른 원장 L씨에 대한 유죄 선고를 기대한 듯 나타나 공판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참관인들의 빈축을 샀다. 이들은 원장 L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전 기획실장 R씨에 대한 유죄선고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기에 이들에게 R씨에 대한 선고결과는 관심 밖으로 보였다.

한편,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수련원은 말할 수 없는 피해와 손실, 명예훼손 등을 입었으나 정작 허위제보를 했던 제보자 R씨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국고 횡령과는 거리가 먼 사건이었으나 국고 횡령으로 의도적으로 조명되며 문광부가 법적 근거 없이 국고지원을 중단했고, 이는 부실 매도, 운영규정 위반 매도, 강사비 반환소송, 내부 시설의 철거,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한 술장사 허위보도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수련원 위·수탁해지 압박에 시달리던 영주시는 일부 간부공무원의 부화뇌동으로 성균관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협약의 만료 기일을 4개월 앞둔 시점에서 급기야 협약해지를 통보하고 말았다.

수련원 직원 A씨(50세)는 "도대체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 원장의 유죄가 확실하다고 공언하면서 수련원 직원들의 일자리를 없애려 협약해지를 주도했던 영주시청 K 국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적어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만 지켰더라도 이런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2013-10-20 17:53:01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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