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령은 용·봉·난·인·귀(龍·鳳·鸞·麟·龜)를 말한다. 억조 만민이 융성한 대동 사회를 인증하는 상징으로서 이 땅에 신령한 오령의 출현을 바란다. 아직 이 땅에 오령이 나오지 않은 것은 강대국에는 극악무도한 제국주의의 망령이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는 개인이기주의로 치달아 전체의 평등을 허물고, 공산주의는 집단사회주의로 빠져서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 까닭이다'

우리나라 7대 종단의 하나이자 한국유교의 총본산인 성균관(관장 서정기)에서 '오령설(五靈說)'로 인한 걷잡을 수 없는 사이비 신흥종교 파문이 일고 있다.

유림 다수는 서정기 관장을 일명 '오령교' 교주로 지목하고 있으며 유교의 교조인 공자의 사상보다도 자신이 세계최초로 만들었다는 오령설을 주장하고 성현의 반열에서 선전·설파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종교 교주의 행태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성균관에서 신흥종교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 신임 성균관장으로 선출된 서 관장이 유교 종단의 성역인 문묘 대성전에서 '도덕부흥운동'이라는 행사를 하면서 악단을 동원해 자작(도덕부흥가)했다는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런 행위는 유림을 경악케 하는 충격을 불렀는데, 성균관 문묘 대성전은 유림에게 가장 신성한 공간으로 여겨져, 출입을 제한하고 유교 성현에 대한 제사 등을 제외한 일체의 행사를 지금까지 경건히 금해 왔었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이후 신흥종교 문제가 새롭게 조명되는 가운데도 자문위원장을 대만 신흥종교의 국내 총책(교주급)으로 새로 임명하는 등 파격적인 언행은 내부의 큰 갈등을 불렀다. 합리성과 보편성을 중시하는 정통 유교종단의 수장이 사이비 논란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논란은 서 관장이 전설에 등장하는 다섯 가지 동물 이름을 쓴 ‘오령서’라는 것을 부적처럼 100만 원씩에 팔면서 더욱 커졌는데, 이것을 지니게 되면 집안의 화평과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선전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최근에는 '성균관장 서정기 선생 오령서전' 초청 팸플릿을 정치인, 기업인, 교수, 기자들에게 ‘5령서전 개최추진위원장' 이름으로 발송했다. 이 팸플릿에도 다섯 가지 동물을 신성시하는 오령설을 소개하고, 다섯 가지 동물이 나오는 새 시대를 그리는 것이 도덕부흥운동이라면서 이 다섯 가지 동물의 출현을 바라는 서정기 성균관장 작사·곡을 싣고 있다.

행사 안내 자료에는 '본 서전에 전시된 작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단 도덕부흥운동기금 100만 원 이상 헌성하는 개인이나 단체에는 성균관장의 5령 작품을 증정한다'고 했다.

한편, 서 관장 측은 "서 관장은 도를 통한 경지에서 오령설을 말한 것이다. 대의원들이 성균관 관장으로 선출했고, 돈 안 쓰고도 성균관 관장이 될 수 있다는 전형을 보여줬다. 상대는 돈 쓰고도 떨어졌으니까 감정이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측면에서 보는 사람들이 지금도 성균관 주변에 있다"고 했다.

성역에서 경건성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지적에는 "문묘에는 제례악이 있고 악과 당무가 있다. 경사에는 안무가 따르기 마련인데, 석전대제와 결부시켜 본다면 문제 될 것 없다. 그동안 성균관 관장들은 정통유교를 한 분들이 거의 없고, 정치학을 했거나 관직에 있던 분들이 대부분이다. 서 관장은 도학을 공부한 유학자로서 예악과 석전 관계를 복원하던 끝에 나온 몸짓이었다. 염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림 K씨는 "팸플릿을 본 많은 사람은 도대체 성균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고 의아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신흥종교들은 기성종교와 거리를 두면서 그 세를 확대해 왔지만, 최근에는 신분을 감추고 기성종교의 조직에 참여했다가 어느 시점에 기성종교의 해당 조직을 접수해 버리는 일들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종단 조직을 접수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2014-07-14 07:45:39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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