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가 동방의 주자로 불리는 회헌 안양선생을 선양하고자 지난 25일 동양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는 알맹이 없는 기대수준 이하의 전시행사에 불과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선비의 고장'을 표방하는 영주시는 '나도 선비다'는 슬로건으로 '2014영주 선비문화축제(10.23~26)를 개최하고 부대행사로 이번 '회헌 안향선생 선양 국제학술대회'를 주최했으며 민간업체인 (주)예문관에 축제예산과는 별도 시비예산을 지원해 행사를 주관토록 했다.

문성공 회헌 안향(1243~1306)선생은 순흥안씨의 발상지인 영주시 순흥면(당시 순흥도호부)에서 태어났다. 주자 성리학을 도입해 국기를 바로세우고 찬란한 문화 창조의 기틀을 다진 대유학자이며 성균관 대성전과 전국 향교에 배향된 우리겨레의 영원한 스승이다. 그의 업적을 되새기는 국제규모의 학술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민간업체에 행사를 주관토록 한 것이 행사의 품격과 질을 떨어뜨린 잘못된 요인이라는 비난이 따르고 있는데, 이는 (주)예문관이 안향선생이나 유교문화와 관련한 학술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라 문화재 시설물 관리 사업을 주로 하는 영업체로서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한·베·중 3개국이 참가해 국제대회라는 필수요건은 갖추었으나, 베트남과 중국 교수의 주제발표는 국내 문헌에서 발췌한 기초상식적인 수준의 내용에 불과하거나 안향선생 선향과는 동떨어진 내용으로써 특별한 기대와 관심을 갖고 참석한 많은 사람에게 큰 실망을 주었다.

실제, 국내 교수들의 주제는 안향선생의 정신과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호치민 국립인문사회대 학국학과 교수는 '한국-베트남 조상제사 제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정신문명 동질성'에 대한 고찰'을 발제했고 상해 복단대 교수는 '고려말 조선초 사회전환으로 본 신구 세력의 대립'을 발제했다.

또한, 200석 규모의 행사 진행에만 치중한 나머지, 많은 사람이 책자조차도 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학술대회의 책자는 당일 행사장에서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가치 있는 자료로 참고하기 위해 필요로 하거나 간직한다. (주)예문관 측은 230권의 책자를 준비했다고 했다.

특히, 이날 참석했던 90여 명의 영주시청 공무원들은 자리가 부족해지자 행사장을 나와야 했는데, 특정 지역에서 단체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종친회 사람들은 학술대회에는 관심 없는 듯 오후가 되면서 인근의 소수서원과 선비촌 등으로 관광을 떠나버려, 자리 절반이상이 비는 아이러니가 빚어졌다.

한편, 행사 전날인 24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한국, 벨기에, 대만, 베트남, 인도 5개국이 참여한 '한국의 서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문화재청이 주최했으며 (사)한국서원연합회 한국의서원세계유산등재추진단, 한국학중앙연구회 전통한국학연구센터, 한국서원학회가 1억 2천만 원의 예산으로 공동주관했고 (주)예문관은 행사대행을 맡았다.

영주시는 이번 '회헌 안향선생 선양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2014영주 선비문화축제' 개최 예산 3억 6천3백만 원의 4분의 1일에 해당하는 8천만 원이라는 큰 비용을 (주)예문관에 지원했지만, 책자마저 전날 열린 다른 행사의 포맷을 그대로 사용하는 등 예산만 낭비한 속빈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 관계자는 "행사가 지난 민선5기 세월호 사건에 이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라 담당자가 바뀌었으나 어쩔 수 없이 밀려 그대로 진행했다"며 "잘할 수 있는 성균관이나 다른 좋은 학술단체도 많은데, 선정과정은 자세히 모르지만, 새롭게 처음부터 행사를 계획했더라면, 절대 민간업체가 어설프게 행사를 주관토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2014-10-31 07:59:25 / UGN경북뉴스(yaho@ugn.kr)

UGN경북뉴스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