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의 1차 연도 결과서가 유입되면서, 그동안 내심 속을 앓던 국내 유림조직들이 발칵 뒤집혔다.

사업 초기부터 제기됐던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거나 심지어 국고횡령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거세다.

성균관과 (사)성균관유교총연합회, (사)한국서원연합회 등 중앙의 유교종단과 단체들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태세다.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은 (사)한국관광학회가 주관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향교와 서원을 21세기형 인문학의 메카로 재탄생시킨다는 명분아래 사업책임자(단장)와 유교 부문 책임자를 두고 진행됐다.

제기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 유교 종단도 아니고 유교와 전혀 관련 없는 단체가 왜 이런 사업을 주관하느냐, 둘째, 유교문화 활성화는커녕 유교를 빙자해 특정인을 돈벌이시킨 거래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성균관이 국고횡령 사건에 휩싸이자 문광부와 (재)성균관은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유교문화사업단을 (재)성균관으로 옮겨 사업을 계속 진행키로 하고 (재)성균관은 이사회를 열어 이를 결정했다.

그러나 문광부 종무부서는 같은 해 8월 29일 성균관 유교문화사업단의 '향교·서원의 전통유교문화 관광상품화 지원사업'과 경북 영주시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의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체험연수 운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유교문화 활성화 사업' 신규 보조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느닷없는 공고는 사업의 이름만 바꾼 유교아카데미운영(8억 원), 서원·향교문화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7억4천1백만 원)이었다. 애초 책정되지 않았던 예산인 데다 선정 기간이나 심사위원 구성은 물론, 서원과 향교를 대상으로 하는 거액의 국고 사업임에도 유교 종단을 배제한 채 특정단체를 염두에 두고 일반 단체나 개인까지 사업신청이 가능토록 했다는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본보는 당시 이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의 문제들을 지적한바 있다. 첫째, 서원과 향교를 대상으로 하는 거액의 국고 사업임에도 성균관을 배제한 채 유교와 전혀 관련 없는 특정 단체가 보조사업자로 선정됐고, 둘째, 문광부 종무부서 자문위원으로 행세했던 C씨가 선정에 영향력을 끼쳤으며 해당 공무원들은 직전 사업자의 홈페이지까지 빼앗아 주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종무부서장 A씨는 "국고 사업을 특정인에게 밀어줬다는 의혹은 있을 수 없다. C씨를 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도록 조처했고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선정해 줬다. 앞으로도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C씨가 조금이라도 관련됐거나 관계한다면 해당 국고보조금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발언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2013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 결과보고서’를 보면 C씨는 사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깊숙이 관여했고, ‘2014 유교문화활성화지원사업’에는 아예 유교 부문 책임자로 이름이 올라있다.

C씨는 사업기획에서부터 향교·서원 선정, 자문, 문화체험, 교재편찬, 강의에 관여하고 강의료, 자문비, 원고료, 연구비 등의 각종 경비를 받았다. 이 사업에 대한 외부전문가 사업평가까지도 C씨가 맡았다.

향교·서원에 대한 지원보다 보조사업자 운영비에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본말이 전도된 예산이 집행됐다. 책임연구원(단장 포함)을 포함해 총 10명이나 되는 연구원의 별도 연구비로만 136,500,000원이 지급됐지만, 이들이 내놓은 연구 결과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문화체험 관광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향교·서원총람제작, 운영자문,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등은 사업단 자체 연구사업으로 진행했어야 하지만 별도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향교·서원총람은 이미 성균관과 (사)한국서원연합회에서 발간돼 있어 불필요했다.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한 P사는 사업단 H 연구원의 회사이며 연구보조원 중 L씨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한다며 체험관광 시범행사, 체험관광 프로그램 운영지원, 전문해설사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예산을 지출했다. 유교문화를 활성화 명목으로 1,100여 명을 관광시키면서 총 335,645,276원을 사용했다.

N 관광에 지출된 버스임차비는 68,195,500원에 달하는 데 N 관광의 공동대표는 사업단 J 연구원의 부인이며 관광단 인솔을 맡은 Y사는 J 연구원과 C씨가 만든 회사로서 체험관광에 이름만 올리고 실제 참여하지 않은 강사들에게도 강사비를 지출했다고 알려졌다. C씨는 2014년도에는 Y사 소장 자격으로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유림 K씨는 "향교나 서원의 시설개선이나 인프라 구축 없이 일부 향교나 서원에 강사비를 지원하고 관광단이나 꾸려 관광시켜 준다고 해서 유교문화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황당한 일들이 지난 2년간 벌어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광부 종무부서장 A씨는 "C씨를 사업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개별적으로는 많은 애를 썼지만, 일부 파트에, 직접 이름을 안 달고 참여하는 데서야 배제할 근거가 없었다"며 "만약 사업 진행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면, 응당한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수급기관에 국고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내부규정에 앞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국가적인 방침이다"고 했다.

2015-05-19 09:11:27 / UGN경북뉴스(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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