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스정류장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여학생들을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다름이 아니라 미니스커트를 연상케 하는 여중·여고생들의 치마길이 때문이다. 그녀들 앞을 지나는 어른들은 스스로 민망해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직 어려서 유행을 쫓는 것이라곤 하지만 점점 더 짧아지는 치마길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중학교 3학년인 장 모 양은 얼마 전 주름이 잡힌 A자형 교복치마를 세탁소에 수선을 맡겼다. 주름이 퍼지지 않게 아예 주름을 따라 박음질해 H자형으로 치마폭을 줄였고, 치맛단을 15㎝나 올렸다. 

"치마를 골반에 딱 맞춰 입는 게 요즘 여중생들 사이에서 유행이에요. 그리고 치마가 짧아야 다리가 길어 보이거든요.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교복치마는 왠지 촌스러워 보여서... 요즘 애들 다 이렇게 입어요"

학생들의 무분별한 교복수선에 학교 측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중 학생지도담당 김○○ 교사는 등교시간마다 매일같이 교문 앞에 나와 단속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눈속임 기술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예전에는 치마를 허리 위로 올려 입거나 치맛단을 안쪽으로 접어 넣는 수준이었는데, 요즘은 교복을 아예 두벌 준비해서 하교 때 갈아입습니다. 이러니 저희로써도 속수무책이죠. 그리고 무릎 위 10㎝까지는 허용하라는 교칙입니다"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단속에 걸려도 딱히 처벌할 방법이 없습니다. 따끔한 야단 몇 마디가 전부예요. 교칙에 의해 처벌을 내릴라치면 학생인권 어쩌고를 들먹이는 통에, 적당히 알아듣도록 타이르고 돌려보냅니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생 교무관리에 관해선 각 학교에 일괄적 규제를 가할 만한 행정적 근거가 없다는 반응. 특히 교복문제는 학교 자체 규정에 맡긴다는 게 원칙이다.

"물론 저희도 알고 있죠. 하지만 모든 학교에 일괄적으로 규정을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나름의 교칙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면서 까지 제제를 가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안동교육청은 얼마 전 관내 초·중·고 교사들로 구성된 학생생활지도위원회를 결성,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알아서 관리하자는 당연한(?) 결론만이 나왔을 뿐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하교해서 갈아입어버리면 도리 없습니다. 학교 안에서야 단속하고 야단치면 되지만 교외지도는 한계가 있거든요. 또 한참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괜히 건드렸다가 오히려 반항심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며 우려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방영된 학원물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교복패션이 타이트한 교복상의와 미니스커트 수준으로 짧아진 교복치마를 유행시켰다.

이와 함께 대형 교복업체에서도 '다리가 길어지는 교복', '몸매가 날씬해 보이는 교복' 등을 선보이면서 학생들의 유행을 부추기고 있다.

교복을 제작할 때 아예 기존 학교별 교복형태를 무시하고,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고 치마의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교복을 생산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다소 비현실적인 TV 속 여주인공의 아슬아슬한 교복 치마길이가 현실이 돼버린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또 있다. 지역의 한 교사는 일본의 저질문화가 정제되지 않고 우리 안방까지 들어오면서 불량스런 교복문화까지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며, 무조건적인 따라하기식 모방은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학생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배 모 씨도 "어른들을 모방하려는 아이들의 심리가 자칫 다른 방향으로 흘러 성장기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며 "아이들의 이런(짧은) 복장은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불편할 뿐 아니라, 보는 이들에게도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짧아진 치마길이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성장기 여자아이들의 자궁이 차가운 환경에 자주 노출되거나 적절한 온도유지가 되지 않으면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더 심하면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불임 등과 같은 자궁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상의도 마찬가지. 교복 상의를 가슴과 허리선에 맞춰 꼭 맞게 입으면 복압이 증가해 소화불량과 혈액순환장애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가슴 압박은 유방암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전국적인 유행이라곤 하지만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교육당국의 적절한 시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늘도 안동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학생들 하교시간 시내를 외출하기 곤혹스럽다.

2010-06-08 10:51:10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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