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구글 Picture of Communist Korean captured by UN troop

낙동강이 뚫리면 남한이 무너질 판이었다.

1950년 8월 3일. 우리 국군은 북한군의 강력한 진격에 못이겨 낙동강방어선인 대구 북방 22㎞지점 다부동까지 밀려 내려오게 된다. 전쟁이 터지고 꼭 40일만의 일이다. 

북한군은 다부동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의 주력인 3·13·15사단을 전투에 투입했다. 군단급에 해당하는 2만1,500명의 병력과 전차 20대, 각종 중화기 670문으로 맹공격을 퍼부었다.

우리 국군도 제 1사단 7,60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이 중에는 500여명의 학병(學兵, = 학도병)도 속해 있었다. 갖고 있는 172문의 화포로 막강한 공산군의 총공세를 버텼고, 미 제 27연대가 이를 도왔다.

55일간의 대혈투였다. 시체는 쌓이다 못해 흘러내렸고, 여름이라 악취가 진동했다. 하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다부동이 북에 넘어가면 지형상 우리 군은 남쪽으로의 후퇴가 불가피했다. 대구가 적의 지상화포 사정권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국군은 이곳을 꼭 사수해야만 했다. 전쟁의 승부처였다. 

1950년 8월 3일부터 같은 해 9월 22일까지 55일간 다부동에서는 아군 3,400명이 전사했다. 한 곳에서 55일간이나 전투가 벌어진 경우는 세계전쟁사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다부동은 대구방어에 있어 중요한 전술적 요충지였다. 결국 남(南)은 이곳을 지켰고, 북(北)은 이곳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 다부동전투로 인해 우리 국군은 한국전쟁에 있어 대반격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9월 15일 북한군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이 펼쳐지면서 북은 그 힘을 점차 잃어간다. 힘의 균형이 우리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한 분수령인 것이다. 9월 28일 국군은 비로소 서울을 탈환하고, 북으로, 북으로 진격한다. 그해 여름 대구는 몇 십 년 만에 찾아온 불볕더위로 무척이나 뜨거웠다.

다부동 전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 왜군을 맞아 벌어진 독립전쟁쯤으로 생각하는 이도 꽤나 있다.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김경한(79) 씨는 6.25 발발 후 20일 만인 7월 12일에 자원입대했다. 훈련이라야 대구농림고등학교 운동장에서 간단한 재식훈련과 총 한번 쏴본 게 전부다. 그때 그의 나이 19세. 지금의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그래도 글 꽤나 배웠다고 당시 고급 중(重)화기인 기관총(소위 따발총) 사수 임무를 받았다. 8월 4일 전쟁의 최일선인 칠곡군 가산면 천평리에 도착해 곧바로 전장에 투입됐다. 가슴팍에는 學兵(학병)이라 새겨진 하늘색 인식표가 붙여져 있었다.

"얼마나 겁이 나던지... 내가 지금 살은 건지, 죽은 건지 알 수가 없어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숨을 확인하기 위해 코 밑에 손을 대보기도 했어요"

말로만 듣던 전쟁터는 포탄과 아우성, 그야말로 참극이었다. 후퇴 하던 중 누워있던 한 병사가 김 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 채 떨고 있었다. 상처를 입어 움직일 수 없으니 죽여주고 가라는 것이다. 이대로 있어봤자 북한군의 포로가 될게 뻔하고, 살 가능성도 없어서였다. 순간 고민했지만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실탄 두세 발을 그의 손에 쥐어주고 돌아섰다.

김 씨는 다부동 전투를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혈투'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때 당시 만약 다부동이 밀렸다면 대구, 부산 할 것 없이 그대로 뚫렸을 형국입니다. 북에서 인민군이 막 밀려 내려오니까 10살 남짓한 아이들에게 사제 수류탄을 쥐어주고 산 위로 떠밀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까요"라고 회고했다.

김 씨는 현재 다부동전투구국용사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래서 요즘 여기저기서 안보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얼마 전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안보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전쟁이 나면 도망갈 사람?" 하고 손들라고 하니 학생 500명 중 200명 정도가 손을 들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전쟁(6.25전쟁)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알고 있는 청소년이 전체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리고 응답자의 대부분이 남한과 북한은 현재 '휴전중'이 아닌 '전쟁이 끝난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김 씨는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 희생한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나라가 번영하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살아있는) 우리들이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회한의 말을 전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다부동전투를 제대로 알고 새롭게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나라를 사랑해 달라'는 말을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0-06-24 20:53:01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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