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결혼이주여성은 9월 현재 421명이다. 안동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최숭근)가 실시한 2009년 다문화가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26명이었던 안동시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1년 사이에 100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안동시(시장 김휘동)는 종합복지관(옥동) 2층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두고, 관내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에서부터 취·창업상담까지 이들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시는 매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다문화인구 상승률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종합복지관 운영비가 지난해 5천8백만원에서 올해 7천만원으로 늘었지만 인건비(70%), 운영비(10%)를 제한 순수사업비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8년째를 맞이한 원민지(여, 33)씨는 지난 3월부터 지원센터 내 북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다. "센터에서 한국말, 한국문화 많이 배워요. 처음 한국 와서 4년 동안 베트남사람 못 만났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친구들 많이 사귀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 한국 살면 의사소통 가장 중요해요. 제가 한국 처음 왔을 때 이런 프로그램 없었어요. 요즘에는 센터에 전화하면 병원, 시청, 경찰서, 노동부 다 도와줄 수 있어요."라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 센터 잘 몰라요. 모르면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줘요. 신문, TV, 라디오 같은 데서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적극적인 홍보를 부탁했다.

안동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 421명 중 233명(전체 55.3%)은 농촌(읍면지역)에 살고 있다. 안동시는 올해 1억7천3백만원의 예산을 들여 출산, 육아, 접근성 등의 문제로 센터를 찾기 어려운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방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불화, 부부갈등 등의 이유로 교육의 성과가 그리 좋지 못하다.

안동시청 주민생활지원과 이금주 여성복지담당은 "농촌지역 이주여성들은 교육을 받기 위해 시내로 나오기가 사실상 많이 어렵습니다. 남편과 가족분들이 교육 프로그램 참가에 대해 그리 협조적이지 않아요. 나이 차이가 크거나 장애를 가지신 분들 같은 경우 자기를 버리고 도망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여성들을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하려 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문화에 잘 적응하려면 무엇보다도 말을 빨리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민여성들이 우리말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가족분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을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9월에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안동시 국제결혼 부부의 연령차이가 평균 12.9세 정도로 그 차이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여성의 54%가 20대인데 반해 남편의 경우 73%가 4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 (남)	인원수	비율 (%)	순 위
40 대	222 명	54	1
30 대	112 명	27	2
50 대	56 명	13.3	3
60 대	19 명	4.5	4
70 대 이상	6 명	1.4	5
20 대	2 명	0.5	6
총 계	421 명	100

                                                 <2009년 안동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실태 조사>

◆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요구

한편, 2010년부터 향후 5년 간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시기와 맞물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 건수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유하영 사회복지사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중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말을 가장 많이 배우는 이 시기에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은 엄마와 함께 지내다보면 아이들의 언어능력이 발달할 수가 없어요. 그러면 입학해서 학교수업도 제대로 따라갈 수 없게 되고, 학교성적 또한 계속해서 뒤처질 수밖에 없죠. 그렇게 되면 따돌림을 당하기 십상이고 친구도 사귀기 어려워 집니다."라며 "다문화가정 여성과 자녀들의 우리말교육은 정말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상북도교육청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취약과목을 학부모와 지도교사가 미리 협의해 방학동안 집중 교육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는데, 안동 교육청에서는 매년 여름·겨울방학 때마다 대학생 30여명을 모집·선발해 이들의 학습을 돕고 있다.

안동교육청 정경람 장학사는 "학습도우미로 선발된 대학생들이 농촌지역으로 방문교육을 가보면 가정불화, 부부갈등 등으로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가정이 많다고들 합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 장학사는 "무엇보다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 인식의 개선이 급선무 입니다. 그들은 이제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이웃이고 가족입니다."라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취·창업 관련 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다문화교사 양성, 영농교육 사업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실제 구직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원센터 유하영 사회복지사는 "좀 더 다양하고 현실성 있는 취업 관련 교육 프로그램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기도 했다.

◆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가장 우선

요즘 농촌에서는 국제결혼이 하나의 트렌드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여성이 아이를 업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이들을 물 건너 시집 온 낯선 이방인에서 '옆집 사는 눈 큰 며느리, 앞집 사는 아무개네 엄마'처럼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아닐까한다. 어쩌다 길에서 그들을 마주치게 되면 이상한 눈으로 힐끔거리기보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마디 건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의 베트남 이름은 '웬티옥란'입니다. '웬'은 성(姓)이고, '티'는 여자, '옥란'은 한국말로 목련이란 뜻이에요. 한국 처음 왔을 때 우리 시부모님이 '원민지'라는 더 예쁜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큰 도시 가서 지은 거래요."라며 환하게 웃는 원민지씨의 얼굴에서 단아한 한국여성의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관련사진>

2009-11-23 23:16:12 / 권달우 기자(dalu80@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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