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의 한 유치원이 등하교길 원아들의 안전을 위해 수년째 어린이보호구역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관계당국이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시 하이마로 꿈터유치원 앞 도로 대형화물 차량의 통행이 많고 일반차량도 과속을 일삼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에 외면 당하고 있다.

안동시 하이마로(어가골입구~송현동 버스터미널)에 위치한 안동 꿈터유치원. 2010년 공립 단설유치원으로 설립인가를 받아 첫해 90여명의 원아들이 입학했으며, 최근에는 200여명으로 늘었다.

이 유치원은 낙동강을 끼고 있는 도로의 특성상 각종 대형 화물차량의 운행이 잦고, 인근에 과속단속카메라가 한 대 설치돼 있지만 도로를 오가는 차량 중 상당수가 과속·난폭운전을 일삼아 설립 초기부터 어린이보호구역 설치를 관계당국에 요청해 왔다.

하지만 유치원의 이런 요청은 묵살된 채 오히려 낙동강사업과 터미널 이전 등으로 인해 대형 화물차와 고속버스 등의 운행이 크게 늘어나 유치원 원아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 유치원 측은 물론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차례 열린 교통규제심의위원회에서 이 유치원에 대한 어린이보호구역 설치가 번번이 제외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터미널이 송현동으로 이전하면서 하이마로를 이용하는 교통량이 늘어 올해나 내년부터 확장공사가 예정돼 있다"며 "곧 확장공사를 해야 할 도로에 어린이보호구역을 설치한다면 예산이 이중으로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이 같은 예산타령은 어린이보호구역을 설치했다가 확장공사가 시작되면 시설물을 철거한 뒤 다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유치원에 아이를 맡긴 한 학부형은 "주위의 보살핌이 필요한 4~7세의 유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을 도로 확장공사 때문에 보호구역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대형사고가 터져야 대책을 마련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책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한편, 안동경찰서는 지난 2008년 3월, 1톤 화물차가 A초등학교 옆 인도를 덮쳐 등굣길 여아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나자 다음날 현장주변에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산바 있다.

2012-04-30 09:56:33 / 피현진 기자(mycart@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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