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대금 선율이 울리고 전문 모델이 포즈를 취한다. "아름답다." 크로키북에 올려진 작가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아무리 용을써도 2분은 순간처럼 지나간다. 모델이 다른 포즈를 취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손을 쉴 수는 없다. 이렇데 20분이 눈 깜작할 사이 지나갔다.

지난 13일 권오준미술관에서 진행한 공개 누드크로키 현장을 찾았다. 30여명의 작가들이 내뿜는 열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안동이라는 유교적인 색체가 강한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짧은 시간에 무대를 보고 형태를 파악해서 그리는 크로키의 특성상 작가들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특히, 화가, 모델, 음악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들도 넋을 잃고 말았다.

박종현 선생의 대금연주로 인해 누드모델의 섬세한 연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아름다움을 더했다. 모델로서도 라이브 연주 그것도 국악과 함께하는 연기는 처음이다. 색다른 도전이고 경험이다. 이렇게 공개 누드크로키 퍼포먼스는 끝이 났다.

모델로 초빙된 김아름(예명)씨는 "안동에 이렇게 멋진 미술관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또 초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작가들의 열정이 느껴졌다."며 "처음으로 라이브연주에 맞춰 연기를 펼쳐봤다. 색다른 경험이고 대금의 전통적인 음색이 편안한 느낌을 주어 더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권오준 관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누드크로키라는 장르에 즉흥연주를 접목시켜 문화와 예술이 하나로 융합되는 새로운 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싶었다."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지속적인 문화·에술 활동을 통해 누구나 쉽게 방문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어 나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누드크로키는 권오준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술관 사람들과 입주작가 초록누룽지' 작품 전시회의 일환으로 열리게 됐다.

               <관련사진>

2014-12-15 11:15:57 / 피현진 기자(mycart@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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