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안동에서 여당 후보로 출마한 허용범이라는 인물의 선거방식에 대해 여러 번 곱씹으며 곰곰이, 골똘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는 충분하게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의 최대치를 활용치 않았다. 처음엔 그런 그가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다. 오만 때문에 선거판 전체를 읽을 수 없는 독선의 오류에 빠졌거나, 그런 오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숙성의 인간으로 치부했다.

그러고도(승리의 필요조건들을 배제하고도) 그는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의 결론은 한마디로 그가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그가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믿음이란 어떤 것일까? 그가 얻고자 한 것은 정직함의 승리였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버리면서까지 승리일변도로 매진하고 싶은 욕망이 없었는지 모른다. 승리와 지향의 가치(자부심)사이에서 승리를 포기한 것이다. 어느 순간 이런 방식의 선거가 자신에게 치명타가 되어 낙선의 패배감을 안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감싸 안고도 끝내 그는 편법의 동원이라는 유혹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패배의 길을 걸었다. 이런 그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나는 허용범 식 정치. 즉, 원칙의 정치가 실패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 혈연, 학연을 배제하고 정책과 정당, 인물로 평가받고자 했던 그의 지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일보의 패배는 이보삼보의 전진을 위해 초석을 깐 것이다. 그가 안동과 대한민국 정치의 자산임이 확인된 이상, 오늘의 패배는 반드시 뒷날에 약이 될 날이 있으리라.

도의원 보궐선거에 '허용범'식 정치를 실험하라.

불교가 주창하는 공과 있음이, 노장(老壯)이 말하는 유위와 무위의 세계가, 유물론적 변증법에서 모순과 모순이 대립이면서 진전이며, 생성이며 발전의 원리인 합으로 귀결되듯, 버리는 정치가 패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다. 오늘의 패배가 뒷날 승리의 밑거름이 됨을 우리는 수없이 눈으로 확인을 했다.

아마, 지금 허용범이 선보이려는 정치 패러다임이라는 것도 그런 것일 것이다. 사람에 귀속되거나 경도되지 않은, 기존 정치 구도를 탈 해체한 새로운 패러다임일 것이다. 그 누구도 배척하지 않으며, 그 누구에게도 편애의 귀애가 없는 공정 무사한 경선 관리일 것이다. 목적 없는 행위(無業)를 함으로써 가장 큰 것을 이룰 수 있는 대업을 꿈꿀 것이다. 난 이러한 움직임을 총칭하여 허용범식 정치라고 명명한다.

나는 그가 이제 대미(大尾)를 도의원 보궐 선거로 장식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통합의 리더쉽을 현현하려는 의지에 따라 총선 때 누구를 도왔느냐를 따지지 않고 최고의 후보를 공정한 방식에 의해 생산해 내려는 실험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지금 처한 특수한 상황을 백분 활용하여 성공으로 이끈다면 정치사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 세력이 아닌 시민을 보고 걸어가라.

허용범이 처해 있는 현실이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선택을 받지 못해 지쳐있고 말의 무게에 포위되어 있는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재삼, 새삼 생각해 보아도 이 길 뿐이다. 버리면서 채우는 정치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이상, 기존의 변경되기 전의 약속은 다 버려야 한다.

누구는 누구를 대리하고, 그 누구를 견제하고 대항하기 위해 또 누구는 누구를 대리해야 하는 물고 물리는 아귀다툼의 추잡하고 불쾌한 구조를 과감하게 단절시켜야 한다.

지금은 어떤 정치인도 자신의 사람을 심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지를 보이는 순간 선거는 난장판이 된다. 낙천한 현역국회의원과 당선자, 그리고 낙선한 공천자가 묘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라도 욕심을 내는 순간, 안동은 다시 분열의 구조에 빠져 오래시간 치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자기를 채우려고 외형을 거짓으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술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그 운명의 종말을 허영범식 새로운 정치로 대체해야 한다. 나는 허용범의 정치적 목표가 배타적 현실 앞에 비록 쓰러졌지만, 그의 이상은 결코 쓰러지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의 거나한 한판을 도의원 보궐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통해 다 시 한번 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시인작가/최성달>

2008-04-29 09:40:48 / 최성달 시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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