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가 '꼭 이기고 돌아오라.'라고 말했다."라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권영창 전 영주시장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지난해 총선 당시 선거사무소 개소행사에 참가한 유권자들에게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유세하는 권영창 전 영주시장                          <관련기사보기>

대법원 형사3부는 10일 오후, 권영창 전 영주시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사람은 5년 동안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권 전 영주시장이 출마자격을 상실한 가운데 시행될 내년 영주지역 지방선거는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대구고등법원 형사 1부는 지난 6월 28일 열린 권 전 시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 초청장 불법 제작·배부, '친박' 및 판타시온 리조트 관련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사실 전체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권 전 시장은 그러나 판결 결과에 불복하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권 전 영주시장의 상고 2개월 20일 만에 원심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권 전 시장은 지난해 영주지역 총선 당시 거리유세와 방송연설 등에서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을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저한테 '꼭 이기고 돌아오세요', '꼭 당선되어 이 나라를 바로잡자'라고 했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께 박근혜 전 대표의 '꼭 이기고 돌아오라'는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박 대표가 손을 잡고 간절하게 '이기고 돌아오세요!'라고 한 것 티비(TV)에 나왔어요. 티비에 나온 것을 가지고 어떻게 가짜라고 합니까?"라고 주장했다.

이에 장윤석 후보 측은 "박근혜 대표가 탄핵 후폭풍에 휘말린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눈물로 호소했던 바로 그때 한나라당을 탈당한 인물이 이제 와서 친박을 자처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선거 직후 권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1심 재판부는 권영창 전 영주시장의 개소식 초청장 불법제작과 배부만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대구고등법원 형사 1부는 "피고인은 공직선거법에 탈법 방법에 의한 문서배부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개소식 초청장에 자신의 시장 재임 중 치적을 적어 발송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 아무런 사적·정치적 인연이 없음에도 선거권자들의 친박근혜 성향을 이용하기 위하여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이기고 돌아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박찬성으로부터 민자를 유치하려다 성공하지 못하였음에도 경쟁후보자 등의 노력으로 유치하게 된 사업을 마치 자신이 유치하였고, 경쟁후보자는 마치 자신이 유치한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였을 뿐이라고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라며 "피고인의 이러한 범행은 선거에 있어서 공정한 경쟁을 해치고,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하여 결국 선거에 있어서 잘못된 민의를 반영하게 하는 점에 비추어 그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밝히고 혐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피고인에게 아무런 인사말도 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박 전 대표와 친분이 없었고 박 전 대표를 도운 사실도 없었으며, 박 전 대표가 피고인에게 '이기고 돌아오라'는 취지로 말할 이유도 없었고, 피고인은 발언 당시 공표하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권 전 시장에 대한 허위사실과 공표 혐의에는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홍보물 4,442 매와 영주시 국회의원 후보자 책자형 선거공보 50,015 매에 '이앤씨 판타시온 리조트타운 유치와 설계'를 시장 재직 시 업적으로 적시한 것도 포함돼 있다.

권 전 시장은 선거유세, 후보자 방송토론회 등에서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판타시온리조트도 장윤석 후보님께서 유치를 하셨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저 있을 적에 유치가 되었고, 장윤석 후보는 풍기온천 갈라 그러는 리조트를 안정 동촌으로 이전하는데 역할을 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리조트 판타시온을 유치했다고 실지 유치도 안 하면서 장소만 옮긴 사람이 바로 상대방 후보가 아니었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해서 저 풍기온천단지를 활성화 시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시장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허위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판타시온리조트 조성사업을 유치하거나 유치에 기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라고 결론 내리고 "그럼에도 피고인이 판타시온 리조트 조성사업을 유치하였는데, 장윤석 후보가 사업의 장소만 옮겼을 뿐이라는 취지로 공표한 것은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에 해당한다."라며 유죄로 판결했다.

권 전 시장은 판타시온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시장 재임 시절 이앤씨건설 박찬성 사장과 협상을 벌였던 풍기온천휴양단지 조성사업이 무산된 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판타시온 리조트 사업이 풍기온천휴양단지 사업과 같은 것인 줄 알았기 때문에 선거 공보물 등에 판타시온 리조트 유치 설계라고 적었다는 주장이었다.

2심 재판부는 "풍기온천휴양단지 조성사업은 영주시에서 기반시설을 조성한 후 부지 일부와 시욕장 등을 민간투자가에 매각하여 종합휴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임에 반하여, 판타시온 리조트 조성사업은 전적으로 민간투자가가 부지를 매입하여 기반시설을 포함한 휴양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그 사업의 추진 방법, 성격 등 주요내용이 다르고, 사업 규모도 2배 이상 차이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두 사업이 위치만 변경되었을 뿐 기본적으로 동일한 사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며 권 전 시장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허위 인식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이사건 각 발언 및 홍보물 등의 배포 당시에 풍기온천휴양단지 조성사업과 판타시온 리조트 조성사업이 전혀 별개의 사업이고, 그 공포하는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2009-09-10 21:01:42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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