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석 국회의원

최근 있었던 '조두순 사건'의 가해자 조씨의 형량이 '심신미약' 상태의 인정범위에서 구형되며,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은 일단 무기징역형을 선택했다가 조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형으로 형을 낮췄기 때문이다.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형을 감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정신병, 정신박약, 비정상적 정신상태, 술·약물에 의한 중독성 정신장애 등으로 통제능력을 잃고 죄를 범한 이들을 이러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량을 낮추고 있다.

한편, 장윤석 국회의원이 9일 국감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현행 재판제도는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는지를 법관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법관의 자의적·주관적 판단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심신미약의 판단 기준을 제시해주는 관련 예규조차 없어 이러한 자의적·주관적 판단에 대한 우려를 더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초 양형 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술을 마시고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감경사유에서 빼야 한다!"라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다수 반대로 채택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이 같은 양형 위원회의 판단은 형법 제10조 "심신미약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고, 위험발생을 알면서도 스스로 심신장애를 일의 킨 자의 행위는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도 심신미약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감경사유에서 뺄 수 없다는 논리인데, 논리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국민 법 감정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정신지체 등의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스스로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자까지 심신미약의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국 형법에서는 알코올이나 약물의 영향 아래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가중 사유를 적용하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를 가중까지는 아니더라도 감경 사유에서 제외하는 부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처럼 심신미약의 판단 기준이 전적으로 판사에게 위임돼있는 상황에서 통일된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이나,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고자 하는 법원의 노력 부재 또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최근까지 법원의 연구용역 내역을 보면 단 한 차례도 심신미약 판단 기준과 관련한 연구를 한 바 없으며, 연구용역 계획에도 고려되지 않아 심신미약 판단과 관련한 풍부한 연구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 예규 마련이 시급하다.

장윤석 국회의원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벌의 감경을 목적으로 범행 전 음주 사실을 확대·과장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 때문에 '음주 운전자도 심신미약 상태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라며 "형량의 확정은 법에 근거한 판사의 재량이라 하더라도 '심신미약' 따른 감형 사유를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범위가 아닌 국민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예규에 따라 판단한다면, '자의적·주관적 판단'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킬 것이다."라고 했다.

2009-10-09 21:35:12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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