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이리 활활 스스로 몸을 사룸은 인간의 맺힌 통한과 소망을 구원자에게 알리고 오롯이 도움을 청하기 위한 성(聖)스러운 의식으로 유구한 세월 자리잡아왔다. 그러므로 그대가 밝히는 곳마다 의례 몸을 낮추려는 우리네 삶 의연하게 내려비추는 신이 공존하는 지극히 성스러운 자리였다… <중략>

고을의 화평과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잿빛 하늘을 푸르게 열기위해서도 어둠을 푸르게 열기위해서도 어둠을 비추는 그대 불빛을 우리는 결코 꺼트릴 수 없다. <김 지연 시인의 '달집' 중에서>

경북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상설무대에서는 27일 오후 5시 풍기읍 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한 경인년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렸다.

두 해째를 맞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제법 많은 비가 오는 가운데도 영주시장을 비롯해 각급기관단체장들과 주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낯익은 얼굴들이 서로 덕담을 나누는 등 다양한 공연행사와 민속놀이로 주민화합의 잔치 한마당이 됐다.

풍기 전역에서 열린 '길놀이'를 시작으로, 기타연주, 오카리나 연주, 그룹사운드연주 등 다양한 공연과 제기차기, 널뛰기 체험 등이 식전행사로 열리고 본 행사는 내빈소개와 영주시장의 축사, 시낭송 순서 등에 이어 내빈과 주민대표들이 함께한 '달집 점화'로 이어져 불꽃이 힘차게 타오르며 풍물 장단과 함께 한바탕 모두가 신명나는 어울림의 절정에 달했다. 

달집은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의 하나로 달맞이를 할 때 주위를 밝게 하고자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짚, 솔가지 등으로 덮은 후에 달이 뜨는 동쪽으로 문을 내고 '탁탁' 소리 내며 탈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달집 속에는 새끼줄로 달을 만들어 걸고 달이 뜰 때 풍물을 치며 태운다. 이는 쥐불 놀이나 횃불 싸움 등과 같이 불의 기운과 달이 가진 생산력에 의탁하는 것으로, 달집태우기는 달 기운이 1년 중 가장 강하다는 정월 대보름에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의 하나이다.

우리 조상은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불사르는 정화의 상징으로 생각해, 달집에 소원을 적은 소원지를 태워 하늘 높이 올리며, 액운을 물리치는 등 부족함 없는 넉넉한 새해와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삶을 기원했다.

한편, 주최 측 여성회원들은, 올해는 비가 오는 가운데도 많은 주민이 달집태우기 행사에 참석했지만 다가오는 6월 선거의 영향으로 손님들께 대접할 음식조차 변변히 준비하지 못했다며, 매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열리는 이런 민속놀이행사에까지 선관위가 관여해 인심을 각박게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영 영주시장은 "풍기는 풍요롭고 넉넉한 살기 좋은 고장으로써,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마련한 오늘 달집태우기 행사를 통해, 지난해 묵은 것들은 모두 털어버리고, 활활 타오르는 달집에 여러분의 소망을 담아 풍기의 소원을 이루고, 영주의 소원을 이루는 건강하고 다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덕담했다.

                       <관련사진>

2010-02-27 20:33:17 / 김용호 기자(yaho@ug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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